[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사의 공언과 달리 파업 첫날 운행률이 9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9호선의 평일 운행횟수는 502회지만 파업 첫날은 477회밖에 운행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100% 정상운행을 했다. 운행률은 정상화 됐지만 현재 노조는 요구 수준을 낮추며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사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 파업 “노동조건, 안전강화 눈감고 있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교섭중지 결정에 따라 시작됐다. 올해 1월 처음 결성된 노조는 그간 사측과 임단협 체결, 승무분야 교번제 개편과 대기시간 확보, 1인 근무 폐지, 기술분야 야간지원 근무 폐지 등을 안건으로 교섭해왔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해 파업하게 됐다.

노조는 프랑스자본인 사측이 배당금 챙기기에 집중하면서 노동조건 개선과 안전 강화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자본 RDTA(RATP Dev Transdev Asia)는 지급수수료·배당금·자문비 등의 명목으로 1년에 60억~70억원씩을 수령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조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무시하는 한편 '성과급을 줄여 인원을 충원하겠다'는 등의 상식에 맞지 않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노조는 9호선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강조했다. 1~8호선 지하철은 직원 1인당 매일 16만명 안팎을 수송하는 반면 9호선은 26만여명이다. 소송 1㎞당 인력은 서울교통공사의 40% 수준이다.

9호선 기관사는 1~8호선 지하철보다 2~3일을 더 일한다고 노조는 밝혔다. 25개역 가운데 상시 1인 근무역이 10개고 시간대별로 1인 근무역이 15개로 늘어나기도 한다. 기술직원은 휴일근무가 1개월에 3일에 불과하다는게 노조측 하소연이다.

노조는 9호선 운영 전반의 문제점 역시 지적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1~8호선 서울교통공사와는 달리 서울9호선운영㈜으로 민영화됐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9호선은 서울시가 총사업비의 83.7%(2조8949억원)를 대면서도 16.3%(5631억원)는 민간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30년 운영권을 맡겼다.

그리고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9호선 지하철 운영업무를 다시 서울9호선운영㈜에 위탁했다. 서울9호선운영㈜은 프랑스회사(RDTA)가 80% 지분을 가진 외국기업이다. 게다가 운영외 차량 업무는 쪼개서 현대로템 계열사인 메인트란스㈜에게 분리 위탁했다.

서울시로부터 운영권을 받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매년 수십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고 서울시가 재정보전을 통해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반면 서울9호선운영㈜과 메인트란스㈜는 매년 수십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승객들의 운임으로 발생한 수익을 초기 투자비에 이자까지 쳐서 회수해가는 셈이다. 프랑스계 RDTA는 서울9호선운영㈜ 설립 시 초기투자비로 8억원을 쓴뒤 개통후 7년간(2009~2015년) 배당액으로 234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조합원들이 9년간 누적된 불만으로 매우 화가 나 있다. 올해 1월 노조가 결성되기 전까지는 노사협의체 형태로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심하게 내부가 곪아 있다"며 "그런데도 사측은 언발에 오줌 누기식 제안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까닭은 이명박시장 시절 고작 16.3%를 투자한 민간에게 그 운영권을 넘겼기 때문"이라며 "9호선 운영회사가 흑자가 나도 그 수익이 지하철 안전과 시민 편익, 필요 인력 충원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외국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9호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열차를 추가 편성하겠다는데 추가 편성되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 심해진다"며 "앞으로 마곡지구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하는 사람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대체인력 운행 '아슬아슬' …양측 줄다리기 여전

지난 1일 서울시에 따르면 근무대상자 484명중 278명이 파업에 참여해 참가율은 5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한 결과 현재 열차 운행률은 100%로 유지되고 있다. 파업 첫날과 비교해 혼잡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혼잡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시민들이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대체교통수단(시내버스·전세버스)을 이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는 승객 분산을 위해 시내버스 46개 노선에 예비차량 62대를 투입했다. 장거리·단거리 전세버스도 운행 중이다. 출근 맞춤버스인 다람쥐버스 운행시간을 오전 7~9시에서 6~9시로 1시간 연장운행하고 있다.

현재는 정상운행되고 있지만 대체인력으로 대학생 인턴과 퇴직기관사들이 투입돼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대체 기관사들은 출입문 취급이 미숙하고 운전 기량이 미숙하다"며 "역 운영 대체인력도 장애조치에 미숙하고 고객안전원은 기본교육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특히 기관사는 열차지연에 따라 출발시간에 쫓기고 휴게시간 부족으로 업무피로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열차 고장 발생이나 열차 내 승객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 중 또다른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태로운 운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사간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력충원 규모를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49명 충원을 요구했던 노조는 승무원 10명, 역무원 5명, 기술직 5명, 관제 1명 등 총 21명까지 요구수준을 낮췄지만 사측은 15명 수준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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