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망론’

일부 민주당 인사들과 야권 내에서 문 이사장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문 이사장의 강단있는 성격과 우직한 선비정신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대선정국을 정면 돌파해 나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문 이사장의 친화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문 이사장의 친화력 이라면 호남의 지지는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문 이사장이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 14일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속의 내용 때문.

문 이사장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당신(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숙제’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친노 대표주자로서 독보적 위치를 구가해온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재보선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칩거’에 들어간 사이 그 대안으로 부상한 문 이사장의 ‘숙제’ 발언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적행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직접 나서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친노 인사는 "본인은 여전히 대선 출마에 부정적이지만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시대적 요구가 그를 운명처럼 옭아맬 수도 있다. 안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본인도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인사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친노 쪽 상황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문 이사장에게 어려우니 다들 힘을 모아야 된다는 차원에서 '당신도 나와서 역할을 해라'고 한다면 절대 피할 위인이 아니다. 그 역할이 대권이라고 해도... ”

최근의 분위를 반영하는 문 이사장의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문 이사장이 3위를 차지 한 것.

지난 15일 뉴시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이사장이 처음으로 8.5%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8.3%, 유시민 대표 8.1%, 김문수 경기도지사 6.8%,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2.4%,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총재가 1.7%로 그 뒤를 이었다.

박 전 대표는 33.4%, 야권의 유력 주자인 민주당 손 대표은 16.5%로 차지 2위를 기록했다문 이사장의 경우 수도권 지역(서울권:13.6%, 경기권:10.3%)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권(16.8%)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경남권(19.1%)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권(14.0%)에서 각각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50대(47.5%), 60대(50.0%)이상 층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30대(30.0%)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20대(17.7%)와 40대(11.3%)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모노리서치 이민호 이사는 "문재인 이사장이 새롭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이름을 올렸는데 단숨에 3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며 "유시민 대표의 경우 지지율이 하락했다기 보다는 문재인 이사장에게 지지율이 분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지지율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나온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문 이사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철옹성’ 처럼 보였던 박전대표의 지지율이 야권에서 단일화만 한다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손학규·문재인·유시민 합치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분명한 점은 문 이사장이 야권의 대선 흥행시나리오가 참여하면 더욱 흥미진진해질 거라는 점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앞서 거론 된 대권주자들과 달리 유일하게 정당에 속한 정치인이 아니다. 대선행보를 정확하게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지지율을 보였다는 것은 대단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문 이사장은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며 출판기념회도 열지 않기로 하는 등 여전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최근 ‘대망론'을 묻는 한 라디오와의 질문에 “급부상이니 대망론이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과분하기도 하고 또 과장된 말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 이사장은 “지금은 누가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느냐 하는 인물의 문제 보다는 통합의 문제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통합이 이뤄져야 누가 후보가 됐든 승부를 해 볼 수 있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역할이 있다면 돕겠다. 우선은 이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 안팎에선 '투톱'인 민주당 손학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된다면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설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문 이사장은 “아직 특정정당의 당원이 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는 정치인

다만 문 이사장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단일정당으로 힘을 모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며, 민주당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유 대표에 대해서도 "훌륭하신 분이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는 기준에도 손색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내년 대선가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할 ‘커다란 산’ 박 전대표에서 대해 “ 나도 박근혜에게는 안된다. 다 모여야 이긴다”고 했다.
이에대해 문 이사장은 “내가 나간들 문제없이 이기나..우선은 그런 노력이 더 중요하다. 내가 선수로 나서는 건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 이사장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 “대세론뿐만 아니라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 원칙주의적 면모에다 복지에 대한 관심까지 표방하고 있다. 정치적 처세도 잘한다. 좋은 점이 많은 정치인"이라며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분명치 않아 보인다. 그 부분을 넘어서고 나서 진보든 보수든 있는 법인데 박 전 대표가 해왔던 언행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근본적으로 결여됐거나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고 맹공했다.

문 이사장은 박전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즉 ‘독재자의 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건 결격 사유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도 공과가 있는 정치인이다. 딸이라 하더라도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딸이기 때문에 더 할 수도 있다"며 "근대화나 경제 산업화에 대한 공로 이면에 민주화 가 유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아버지 시절의 일이라 더 가슴 아파하면서 반성하고 과거사 정리해나가는 자세를 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문 이사장이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 15일 반나절 만에 초판 1만5000부가 다 팔려나갔다.

현재 2만부가 추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이며 문 이사장은 지난 16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책을 헌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