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원선거 개입·신입직원 임금삭감·여론조사 조작·셀프연임 논란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앞날이 평탄치 않은 모습이다. 회장 연임이 확정되기 전 노조 임원선거 개입·신입직원 임금삭감·여론조사 조작·셀프연임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고, 현재까지도 그에 따른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셀프연임' 논란에 노사 갈등은 여전

KB국민은행은 최근 두 번에 걸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의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3일 본사 HR본부 사무실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홍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에 대한 조사 여부는 압수품 분석 후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윤 회장의 연임여부 관련 노조 내부 여론조사 진행에 있어 사측의 조직적인 조작이 있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KB국민은행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마감 직전 2시간동안 17개의 단말기를 통해 4000건이 넘는 중복응답이 이뤄졌고, 이들 답변의 99%가 ‘찬성’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는 같은 단말기로 중복답변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됐는데, 인터넷 방문기록이 담겨있는 ‘쿠키’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동일 IP를 통한 중복답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서는 회사 측이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등 여론을 조작했다며,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윤 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윤 회장의 여론조사 개입 여부는 그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으로 연임 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KB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별다른 후보 경쟁 없이 윤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고 이후 KB 내부에서는 윤 회장 셀프연임에 따른 논란까지 불거졌다.

임추위을 구성하는 사외이사진 대부분이 윤 회장 사람들로 채워져 별다른 감시 또는 제재 없이 사실상 윤 회장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부행장실 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것은 설문조작 등 업무방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 아니겠냐"며 "경찰 수사가 어느 쪽으로 흐를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노조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반대 및 퇴진을 요구 중이다.

지난 4일에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서울 여의도 은행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셀프연임으로 연임한 윤 회장은 올해 안에 스스로 직을 사퇴하라”며 퇴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일에는 KB국민카드 노조가 신입사원 임금 10% 삭감안 철회 및 윤 회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문조사 조작에 그치는 게 아닌,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노조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지주 CEO가 본인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가 논란”이라며 “원칙적으로 민간 금융회사 경영은 자율로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해왔지만, 지금 말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윤종규 회장 포함 금융권 수장들의 셀프연임에 대한 당국 차원의 비판이 제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어, 향후 그에 따른 정부 대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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