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위원장 인터뷰

특성화고 학생들, 현장실습 기업체서 부당대우 ‘빈번’

임금체불·과도한 야근은 기본, 언어폭력·성추행까지…

유일한 보호막 ‘학교’…취업률 급급해 모른 체하기도

정부가 내세운 ‘학습 중심 현장실습’ 실효성 문제도

 

특성화고교 학생들은 마지막 학기(3학년 2학기)를 학교가 아닌 기업체 ‘현장실습’을 하며 보낸다. 아직 솜털이 보송한 앳된 얼굴로 기계를 다루거나 조립을 하는 모습은 짠하면서도 대견하다. 그러나 자기 전공분야를 살려 산업 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하며 미래를 그리는 ‘현장실습’은 생각만큼 수월하진 않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저임금, 단순 노동력 공급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청소년 노동단체인 ‘청소년유니온’의 실태조사 결과,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80.7%(163명)가 현장실습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부당대우는 임금체불(34.7%), 과도한 야근(33.7%)이 68%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언어폭력(26.7%), 계약과 다른 근로조건(19.8%), 식사·휴식시간 부족(17.8%), 성희롱·성폭력(11.4%) 등으로 나타나는 등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겪는 차별과 무시, 부당한 노동현실을 바꾸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해 출범한 ‘특성화고권리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이상현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상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위원장 (사진=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위원장 (사진=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Q. 특성화고 현장실습이란 정확히 무엇입니까?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가게 되는 산업체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쉽게 말해 특성화고에서 배우는 전문교과의 내용과 기술을 현장(업체)에서 직접 일을 통해 심화시켜가는 과정입니다. 현재는 특성화고 학생 대부분이 3학년 2학기에 직접 산업체로 파견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공동실습소 실습, 학내 동아리 활동 등 실습으로 인정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산업체 선정 기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와 교사에게 업체 선정 책임이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는 취업전문가가 아님에도 업체를 선정해야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교사마다 각각 다른 기준으로 업체가 선정되고 있습니다.

 

Q. 기업체 선정 기준이 모호하면 그만큼 학생들한테 불이익이 갈 수도 있겠네요. 기업체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지, 그리고 그를 지키고 있는지도 걱정됩니다.

A. 실습을 나갈 경우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표준협약서상 근로시간 기준은 하루 7시간이고, 학생의 동의하에 하루 1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휴일을 제공해야 하고, 휴일에는 근무를 시킬 수 없습니다. 임금의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다만 실습기간에 최저임금법의 수습기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습기간에 최저임금 90%를 지급하는 기업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표준협약서의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고 연장근무를 시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한 경우는 연장근무를 한 만큼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Q. 학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네요. 듣기로는 7시간 근무를 한다고 하면 받아주지 않는 기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이 공공연히 무시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업체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고용을 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거나 보다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강력하게 집행하지 않아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을 통해 실습생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도 꼭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업체에서 법을 어겼을 경우 반드시 처벌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후속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을 잘 키지는 기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Q. 최근 발생한 제주 생수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민호군(18) 사건이나, 안산 반월공단에서 투신한 박모군(18), 통신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홍모양(18)의 사망사고 등을 보면 표준계약서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문제들이 있습니까?

A. 맞습니다.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기업체에서 가장 힘들거나 직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막대하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또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하게는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성희롱을 하거나 성추행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같은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이를 대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Q.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까? 신고를 받은 기업체는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현재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은 담당 교사에게 연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방패막이가 돼야할 학교에서는 신고 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가 태반입니다. 취업률에만 급급해 학생들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모른 체하거나 눈을 감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생들의 복귀를 막거나 돌아오더라도 벌을 주듯이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전문적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하고, 교사 재량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아닌 명확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기업체의 경우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이 적발될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지난해 실태조사 이후 이를 어긴 기업체 중 과태료를 낸 곳은 없습니다. 제대로 처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처벌조항 역시 구체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관련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위원장 (사진=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위원장 (사진=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Q. 말씀을 듣고 보니 학생들을 보듬어줄 학교 또한 변화가 시급해보입니다.

A. 네. 그렇습니다. 우선 특성화고등학교에 과도하게 지워져 있는 책임부터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기업체 발굴, 기업체 선정, 현장 지도감독업무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정부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취업률 중심으로 학교평가를 하는 현행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 학교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는 노동인권교육을 정규교과 또는 그에 준하는 형태로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또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기 전 충분히 준비시키는 과정, 실습을 나간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리를 비롯해 업체의 지도감독 부분도 학교 측에서 담당할 부분을 정해 책임져야 합니다.

아울러 직업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시민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값싼 노동력’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은 자신의 꿈이나 진로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이라도 현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 고졸, 생산직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갖거나 무시하는 인식도 없어져야 할 부분 중에 하납니다.

 

Q. 정부도 변화를 하겠다며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지난 1일 정부는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을 관리하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만 허용하겠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우선 특성화고 학생들이 다양한 요구를 밝히고 있음에도 의견수렴 과정 없이 그런 내용을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고 생각됩니다. 학생들 일부는 이를 현장실습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밝힌 ‘학습 중심 현장실습’에 대한 내용을 봐도 전혀 새로울 것은 없고, 구체적이지도 않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노동과 학습을 분리하거나 하나를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저희 연합회에서는 노동과 학습 모두 필요하고, 문제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얘기해왔습니다.

정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겪는 부당한 노동현실을 바꾸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지 설명 바랍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현장실습 개선방안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활동할 계획입니다. 또 현장실습 문제가 한 순간에 모두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현실에 맞는 제도나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제안도 계속 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알려나가는 활동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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