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정부가 국민의 염원이 담긴 '위안부합의 검토' 결과를 오늘 발표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동등한 주권국가로서의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함이다. 시대적 요구가 이런데도 대한민국의 기업이 일본 전범기업의 상표를 단 유제품을 버젓이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끝나지 않은 갑질 사태로 공정위 재조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다. 

 

모리나가제과의 ‘밀크 카라멜’ 관련 제품들. (사진=GS25)
모리나가제과의 ‘밀크 카라멜’ 관련 제품들. (사진=GS25)

남양유업이 성차별을 조장하는 '루카스나인'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이번에는 전범기업의 상표를 단 유제품을 제조해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2013년 갑질 사태로 국민적 지탄을 맞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불매운동에 조짐이 일고 있어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문화저널21은 일본 전범기업인 모리나가 제과의 '밀크카라멜 우유'를 남양유업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납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리나가 제과는 제2차 세계전쟁 중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제공한 전력이 있다. '모리나가 도시락' 이라는 이름의 전투식량을 만들어 광고까지 한 이른바 '전범기업'이다. 모리나가 제과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299개 전범기업 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가맹점 갑질 논란에 따른 소비자 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일유업에게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당시 며칠 만에 시가총액이 1000억원 넘게 증발했으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의 시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추락한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회사 로고를 가려 제품을 출시하는 등 남양유업 스스로 자사 제품임을 숨기고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 돌았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스티커나 빨대 부착으로 회사 로고를 가려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는 등 여전히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취임 4년차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 발등에 불

이런 상황에서 취임 4년차를 맞이한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갑질 논란 당시 남양유업이 대리점주에게 "언론에 밀어내기 없다고 말해달라"고 말한 녹취록이 발견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조사에 착수했기 때문. 김상조호(號) 공정위가 앞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던 '가습기살균제', '삼성물산 합병' 등의 사건에 대해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결과를 낸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도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건과 관련한 법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 및 대리점 서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20분의 1 수준인 5억원으로 과징금을 경감해 '갑질은 있었지만 처벌은 없었다'는 비난을 샀다. 밀어내기 시기, 수량 등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윤데, 그 증거를 대리점주가 최근 공정위에 제출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1300억원짜리 밀어내기 증거가 담겨 있는 남양유업 로그기록을 삭제한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한편 모리나가 제과의 ''밀크카라멜 우유'를 단독 유통하고 있는 GS25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GS25의 경우 '모리나가 치즈스틱 아이스크림', '모리나가 밀크카라멜 아이스크림' 등을 과거 전범제품 판매 홍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상습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범기업의 제품을 판매해 이득을 취하고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소녀상과 한일 위안부 합의 등으로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제를 지원한 전범기업들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남양유업 측과 연결을 시도해봤지만 끝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GS25측은 "내용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말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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