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애경그룹 계열사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악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 피해자들로부터 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들이 고발을 당한데 이어, 올해 또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재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애경산업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상장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재조사가 제주항공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안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회의록 공개 및 쟁점 설명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회의록 공개 및 쟁점 설명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애경, 검찰 고발되나?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 가습기메이트 판매로 뭇매를 맞았던 애경산업이 검찰 고발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애경과 SK케미칼을 고발하는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이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두 업체에 발송했다.

앞서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했다. 해당 제품의 주성분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이 성분을 코나 입으로 흡입할 경우 폐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애경은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누락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를 받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판단 불가’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각각 250억원과 81억원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뒤집혔고, 결국 각 기업에 적용된 기망표시 광고죄는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논란이 가시지 않자 공정위는 지난 9월 재조사에 착수, 그 과정에서 최소 2013년까지 해당 제품이 판매됐다는 매출기록을 발견해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애경은 가습기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책임의무)해야 하는 입장이다.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가습기살균제사건의 재조사와 관련해 법 위반 여부, 과징금 규모, 검찰 고발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두 업체의 고발 여부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판가름 난다.

이와 관련 애경산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매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다.

 

‘상장’ 물 건너갔나?

이번 공정위의 재조사로 애경산업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상장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애경은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한차례 상장이 미뤄졌다. 여기에 사드 여파로 국내 화장품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도 한몫했다.

애경은 이 같은 문제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 지난달 23일 대표주관사를 대신증권으로 결정하고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하며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 상장을 완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애경은 지난해 매출액 5068억원, 영업이익 3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0.3%, 52.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고, 올해도 실적 향상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의 기업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다시 가습기살균제가 애경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면서 애경의 ‘가습기메이트’ 제품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애경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데 따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재조사는 안용찬 부회장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할 당시 안 부회장이 애경산업 대표이사로 재직했었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은 지난해 안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로 벌어들인 돈으로 제주항공을 키운 것 아니냐”며 “안 부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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