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3일 판문점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만에 재개되며 남북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상시 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미국 내 대북강경파 사이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앞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한에는 평창 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히며 유화적인 태도를, 미국에는 “핵단추가 책상에 있다”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고 신년사 발표 28시간만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 역시 하루만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통해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를 알리며 화답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치된 대응’을 강조하며 급격한 남북 대화 움직임에 우려가 담긴 시선을 보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를 환영하느냐는 질문에 미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한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말을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주무부처에 남북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며 “이번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려는 단순한 접근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역시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내 대북강경파들이 남북 대화를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4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본질적인 핵문제 언급이 없는 것에 불퉁한 상태일 것”이라며 “선 비핵화에 대한 집착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이전부터 미국 측에 먼저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계속 제안해왔다. 그런데 미국은 핵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가 먼저라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평창 올림픽은 유엔도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하자고 결의했고, 미국도 지지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에 몇 번 얘기하고 협조를 구하는 상태라 국제적인 흐름이 ‘평화올림픽’으로 정해졌다. 때문에 미국 측이 평창 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남북이 접촉하는 것은 뭐라고 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 국제사회의 용인 하에 남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미국의 대화 전제조건에 맞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미사일도발 중지·과격한 언행 금지’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핵도발 중단 이전에) 남북 교류가 시작되고 관계가 좋아지면 미국 입장에서는 2:1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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