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둔 남북회담, 어떤 얘기 오갈까
北 전문가 “리선권-조명균 격 알맞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이 사흘 전 우리 측이 제안한 ‘9일 판문점 고위급 회담’ 제의를 수용하며 2년만에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주요 의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 해결을 위한 다른 의제도 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5일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에서 “북측이 우리 측이 제의한 9일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 측에 회담 관련 전통문을 보낸 시간은 이날 오전 10시 16분. 전날밤(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정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미루자는 데 합의한 지 반나절만이다.

 

남북회담 수석 조명균·리선권 유력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대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전통문 수신자로 조 장관을 적었고 발신자로 리 위원장을 명시했다.

조평통은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부 산하기관이다. 앞서 리 위원장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재가동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를 알리며 “통일전선부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등에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는 구체적 지시를 주셨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측이 리 위원장을 내세우며 조 장관을 ‘카운터파트’로 요구할 경우 ‘격’의 문제는 크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일연구원 소속 임강택 선임연구원은 ‘통일부 수장과 통일전선부 산하기관 수장이 회담 수석으로 나가는 것이 격이 맞냐’는 질문에 “격이 안 맞지는 않다”며 이같이 답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남북한의 정부 체계가 꼭 같지는 않다. 조평통은 대표적으로 남한과 접촉하는 의사표시 기구”라면서 “남북간 실질적 이슈에 대해 어느정도 책임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냐, 김정은이 얼마나 권한을 부여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리 위원장은 김정은이 특별히 챙기는 인물이기 때문에 격 문제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리 위원장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로 군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 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섰고 2010년도엔 개성공단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협의할 때 단장을 맏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2014년 10월 국방위 정책국장, 2016년 6월 조평통 위원장을 맡는 등 총애를 받았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016년 육체노동과 사상교육을 받는 ‘혁명화 조치’를 받고 복귀한 바 있다.

 

주요의제는 ‘평창’…北측 또다른 의제는?

대화 테이블에 어떤 의제가 올라올지도 관심거리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번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히며 남북 간 주요 관심사안 등 다른 의제가 함께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일부는 일단 평창 올림픽 의제와 관련 “남북회담 준비 절차에 따라서 전략회의, 기획단회의, 모의회의 등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남북 간 합의 후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측과 협의할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북측도 다음 주 중에 IOC 측과 협의를 가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는 9일 회의에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대표단 규모, 남측 방문 시 이동 경로, 숙소, 대외 행사 등 구체적인 남북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평창 올림픽 대표단 단장이 누가 올 것인지도 논의될 전망이다. 올림픽 대표단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파견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만큼 ‘북한 2인자’로 꼽히는 최룡해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다른 의제로는 남북이 제시하는 현안의 결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측은 이미 이번 회담에서 민족의 명절 설날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 반면 북측은 한미 군사합동훈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문제 등 군사·경제적 현안을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임강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 교류협력, 탈북 식당 여종업원 12명 송환, 군사회담 등 나름대로 문제제기 한 것들이 많았다”면서 “회담이 한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회담이 진행되며 분위기 탐색 등 과정을 거쳐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화제를 제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부터 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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