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이 2년만인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인 ‘평화의 집’에서 시작됐다. 이날 남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으로 시작했다.
이날 조 장관은 리 위원장을 만나 첫마디로 ‘날씨’ 이야기를 하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었다. 조 장관이 “날이 추운데다가 눈이 내려 평양에서 내려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셨나”고 묻자 리 위원장은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강추위가 계속되는 게 특징이다. 어찌 보면 자연계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리 위원장은 “자연이 춥든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는다”면서 “그 강렬함에 의해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조카를 설에 만났는데 올해 대학에 간단다. 그 조카가 2000년 6월생이다”라며 “벌써 18년이 돼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씩이나지났다. 뒤돌아보면 6·15시대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 없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15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날로, 분단 이후 최초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이다.
그러면서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 해서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 남측도 지난해 민심이 얼만큼 강한 힘을 갖고있는지 직접 체험을 했다”면서 “민심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첫술에, 첫숟갈에 배부르랴. 하는 그런 얘기도 있다.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 갖고 있다. 아까 말씀하신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저희가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북측은 앞으로 진행되는 회담을 ‘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 리 장관은 “오늘 회담을 지켜보는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우리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민족에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다.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떻나”고 제안했다.
이에 조 장관은 “상당히 일리 있는 말씀이고 공감하지만, 모처럼 만나 할 얘기가 많은 만큼 일단 통상 관례대로 비공개로 진행하고 추후 필요하다면 중간에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로운 회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 회담을 투명성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