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이 기자들을 직접 지목해 질문을 듣고 답하는 등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출입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출입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20분간의 신년사 발표에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1시간 가량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질문 주제는 정치·외교·안보, 경제·민생, 평창 포함 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를 어울렀다.

윤영찬 영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질의응답을 시작하며 “손을 들면 대통령과 눈을 맞춘 기자가 지명된다. 기자님들의 양심을 믿는다”고 말하자 웃음이 쏟아졌다. 윤 수석은 “방송, 중앙지 등 특정 분야의 기자들에 질문이 몰리면 개입하겠다”며 지방지 기자들에게도 질문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야당과의 관계, 경제문제 등 현안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의혹, 위안부 문제, 북핵문제 등 민감한 질문을 함께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질의 과정에서 “질문의 요지가 무엇이냐”며 되묻는 등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文 “남북대화 다음 과제는 비핵화 대화”

이날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북한’이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은 따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을 가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하거나 핵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압박과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압박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우발적 충돌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막으면서 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 사려깊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북한이 우발적 충돌 전에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겠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만남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 다만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 정상회담은 여건 조성과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통남봉미’ 정책과 미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안보에 관해 오랜 동맹국가다. 안보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핵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에 한미는 대단히 긴밀히 공조하며 북핵문제에 대응해왔다. 이번 남북대화를 남북 관계 개선 계기로 삼고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계기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이 점에서는 미국과 이견이 없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회담 성사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답했다.

 

UAE, 위안부 등 민감한 질문에도 ‘술술’

문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아랍에미리트(UAE) 논란,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도 직접 답변했다.

최근 외교부가 ‘위안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만족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만족할 수 있겠나”고 한숨을 쉬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상대가 있는 외교적 문제다. 이미 앞 정부에서 양국 간 공식 합의한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께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을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나갈 때 피해자도 용서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를 배제하고 정부간 협상으로 문제해결을 도모한 것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다. 재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출연금 10억엔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선은 위안부 할머니들 치유는 우리 정부의 돈으로 하겠다. 할머니들이 떳떳함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은 “일본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UAE와 비밀 군사협정이 맺어졌다는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받는 협정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와 UAE 간 군사협력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시작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지 이어졌다”며 “그 가운데 공개된 협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체결된 군사협정 뿐이고 이후로는 전혀 공개된 바 없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이유는 상대국 측에서 공개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 정부에서 양국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공개 협정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 보완하도록 협의하겠다. 적절한 시기 되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개헌 논의, 2월 말까지 이뤄져야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과 관련, “개인적으로는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헌은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투표를 통과해서 할 수 있다. 국회 동의와 국민이 지지하는 개헌의 최소 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의를 이뤄지내지 못하면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 대립으로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월 말 국회 합의, 3월 발의가 가능하면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기다릴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2월 말까지 국회 개헌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안 발의’로 가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국회 발의 개헌안을 ‘최대한의 개헌’으로, 정부 발의 개헌을 ‘최소한의 개헌’으로 표현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질문이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도 과거 2자리 수 인상이 있었고 외국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마다 고용과의 상관관계가 논의되곤 한다”며 “일시적으로는 일부 기업의 고용이 줄지만 최저임금이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 대체적 경향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금년 높은 최저임금 인상은 1월 다소 혼란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 청소하는 분들 등 취약계층 쪽 고용률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청와대부터 그런 부분을 직접 점검하며 최선을 다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은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3조원을 확보했다. 고용보험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증가되는 최저임금만큼 정부가 임금을 지원해주고, 사대보험료 지원, 세액공제 혜택 등 정부 대책을 이용하면 된다. 제도 밖 노동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그분들도 제도권 속으로 들어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양 손을 들거나 인형을 흔드는 등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기자회견 후 문 대통령은 기자들 하나하나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