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임기 후반에 접어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과거 잇단 비리로 회장 권한을 축소시켰던 수협중앙회가 김 회장 체제 들어 다시 회장 권한행사와 관련된 부분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수협의 본업인 어업인 이익증대보다 회장 권력강화를 위해 힘쓰는 수협중앙회의 행보가 오히려 김 회장의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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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 과거로 회귀 중?

수협중앙회가 지난 2015년 김임권 회장 취임 이후 줄곧 연임 허용 등 중앙회장 권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 취임 10개월만에 불거진 수협 지도부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그 ‘신호탄’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대부분의 수협 임원들은 임기 만료를 4~5개월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김영태 수협 지도경제대표이사는 임기만료 4개월 전, 서기환 상임이사 등 임원들은 2~5개월에 전에 조기퇴진 했다. 임원진들의 조기 퇴진이 통상적인 사례는 아니다. 때문에 일괄 중도 사퇴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일었지만 수협 내부에선 김 회장이 사퇴 압박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런 배경에는 2010년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이 개정되면서 회장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임기도 4년 단임으로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다. 4년 단임제를 처음 적용받는 김 회장이 남은 임기 내 각종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면 지도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업계의 예상대로 김 회장은 수협중앙회장 권한 강화에 집중한다. 회장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외적인 이유이나, 내부적으로 화력을 집중한 곳은 수협중앙회 회장의 임기연장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현재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수협법에 의해 연임도 금지된다. 수협중앙회장들이 비리 문제로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이어지자 회장의 과도한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한다는 어민들의 여론에 따라 지난 2009년 수협법이 개정한 것. 역대 중앙회장 중 이종구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중앙회장은 모두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 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축소된 회장 권한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회장 권한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중앙회장의 연임 문제를 묻는 질문에 "비상임회장이 4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냐"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에는 수협중앙회 회장의 연임 불가 조항을 삭제하고 회장 권한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농협중앙회장과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를 한 차례에 한해 연임 가능토록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가 수협중앙회장의 연임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은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했지만, 한수연의 헌법심판 청구는 김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기 위한 행위로 읽힌다.

이 같은 수협법 개정안 움직임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수협중앙회가 그동안 발생했던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개선이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노력도 없이 오히려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수협중앙회와 입장과는 별개로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수협중앙회장 임기제도 개선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성 후퇴, 빛바랜 실적개선 

그렇다면 수협 공공성과 투명성의 현 주소는 어떨까.

국민권익위원회의 반부패 활동 평가에서 줄곧 '우수' 이상 등급을 유지하던 수협은 공교롭게도 김 회장 취임 후 '보통'으로 주저앉았다. 최우수를 받았던 지난 2013년과 비교하면 2단계나 떨어진 셈이다.

수협의 의무인 어업인에 대한 지원 활동도 시원찮다는 평이다. 수협은행의 경우 어업인 대출 비중이 1.34%에 불과하고, 어업인 우대금리가 기업대출 보다 낮아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개선' 통보를 받기도했다.

횡령 및 배임사건 등 금융사고도 되풀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신안수협 등 전국 회원조합에서 45건의 횡령사고(180억 원)와 11건의 배임사건(120억 원)이 발생했다.

한편 수협중앙회는 최근 기준금리인상으로 인한 업황 개선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1107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수협중앙회의 호실적이 다소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구조가 개선됐음에도 과거 투입됐던 공적자금 상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IMF 당시 수협중앙회에 소속돼있던 수협은행 부실로인해 지난 2001년 1조159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밖에 수협중앙회는 수협법에 의거해 매년 2,500억원 안팎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16년까지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을 한푼도 갚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3월이 비난 여론에 못이겨 수협중앙회는 127억원을 상환했지만 이 역시 전체 금액 중 0.1%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공적자금 상환 문제로 추궁을 당한 김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이르면 2021년까지 모두 갚겠다"는 약속을 내걸었지만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 내 억대연봉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가중시킨다. 최근 4년간 수협의 억대연봉자가 7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수협의 억대연봉자가 75%나 급증했다. 지난 2013년 40명이었던 수협중앙회 억대연봉자 수는 이듬해 57명, 2015년 69명, 2016년 115명으로 급증했다 급여총액만 총 126억56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급여총액도 4년 새 3배가량 늘었다. 2013년 42억8400만원 ▲2014년 61억3400만원 ▲2015년 74억5900만원 ▲2016년 126억5600만원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김 회장에 대한 혜택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은 1억6800만원의 연봉과는 별도로 매년 7200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책정돼 있다. 여기에 월 240만원의 임차료와 연간 1500∼200만원 정도의 차량운영비가 소요되는 고급세단(에쿠스)도 제공받는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소재 면적 143.3㎡, 보증금 7억5000만 원짜리 사택도 별도로 지원받고 있다.

김 회장의 운전전담 직원의 인건비 총액만 지난해 기준으로 78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공무원 기준으로 따지면 4급 서기관 수준에 해당하는 연봉이다. 이 같은 해택들을 두고 조 단위 이상의 천문학적인 공작자금을 지원받은 기관의 임원에 대한 지원치곤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장님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농협·신협 등 다른 기관장과 견줘봐야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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