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새 1천만원 하락…‘시체’는 누가 되나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발언이 이어지면서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불과 열흘만에 거래가가 1천만원 이상 떨어졌다.

17일 비트코인 실시간 가격 변동. (사진=코인원)
17일 비트코인 실시간 가격 변동. (사진=코인원)

 17일 오후 1시 기준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약 1312만원으로 전일대비 16.24%가 하락했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7일 1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을 넘나들던 것을 생각하면 열흘 새 1천만원 이상 ‘증발’한 셈이다.

하락세는 다른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같은시각 이더리움은 약 118만원으로 전일대비 약 18.46%가 하락했고, 퀀덤은 4만1천원으로 36.53%가 떨어졌다. 라이트코인, 리플, 대시 등 다른 가상화폐도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사진=코인원)
(사진=코인원)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내는 ‘시그널’ 때문이다. 정부는 사실상 거대한 투기판으로 전락한 가상화폐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가상화폐 폭락도 어제(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시사한 결과다.

김 부총리는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비이성적 투기가 많이 되는데 어떤 형태로든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과세를 한다든지 실명제를 포함해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에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폐지 방침을 언급하며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박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비트코인의 가격은 1800만원선까지 폭락했다.

당시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상품 거래의 급등락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한국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 부처별 가상화폐 경고 시그널

각 정부부처 수장의 경고 외에도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만큼, 거품이 꺼졌을 경우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소 폐쇄 등 극단적 처방보단 현실적 규제를 선택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으로 거래 금액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거래금지 조치 등 무분별한 투기세력의 거래소 진입을 차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거래계좌를 내준 6개 은행을 특별검사하고 불법정치자금, 마약거래 등 범죄수익 등이 가상화폐를 통해 세탁되는 것을 막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이달 중에 내놓을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양도소득세와 거래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법무부 역시 가상화폐 빙자 사기, 개인정보 유출 등 가상화폐 파생 범죄에 엄정 대처하고 투기과열이 계속될 경우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할 것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통신판매업’에 속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등 거래 상대방의 출금을 제한하거나 과도한 면책 규정을 두는 등의 약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 이미 조사하고 있다”며 “3월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마지막 ‘시체’는 누가 되나

정부가 보내는 각종 위험 신호에도 가상화폐 투기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이날 7시15분 경 비트코인 최저가 거래는 1151만원. 하지만 2시간 뒤인 9시 15분 경 비트코인은 15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초단위로 널뛰는 가상화폐 가격에 일부 투자자들은 “죽어도 이 시장에서 죽을 것”이라며 ‘존버’에 들어섰다. ‘존버’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폭락에도 가상화폐를 매도하지 않고 버티는 전략을 말한다. 코인원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창에서 한 투자자는 “지금 손절해봤자 돈 잃는다. 더 안 떨어질 수도 있고 차라리 저점에서 미리 매수하자”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결국 우상향일 수밖에 없다. 존버해서 지키던지 물량 물리던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버티기 전략’은 학습된 결과다.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의 규제 시그널에 폭락과 회복을 반복했다. 앞서 박 장관이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힌 11일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1800만원대로 떨어지며 폭락하다 다음날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고, 이틀만인 13일 2천만원대로 회복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실명제 전환으로 가상화폐 신규 계좌 개설 제한이 해지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규제 방침에 집단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반대’ 청원은 등록 20일만에 20만명이 넘어서 청와대 답변 기준에 충족됐다.

하지만 현 가상화폐 시장은 심사숙고해 투자를 결정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의 경고 메시지에 하루아침 새 수백만원이 폭등·폭락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시장은 본격적인 정부 규제가 발효될 경우 더욱 혼란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리처드 코바세비치 전 웰스파고 회장은 이날 CNBC 프로그램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 출연해 “비트코인 거래를 다단계(피라미드) 수법이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현상이며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는 것이 놀랍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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