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1년 2개월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16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5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세 번째다. 이와 관련 노조와 업계는 경쟁업체에 비해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시되는 이번 희망퇴직을 뒤에 브르노 코센티노 신임 사장의 조직 슬림화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뉴스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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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OB맥주는 차·부장급과 물류·생산 등 만 45세 이상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 대상자를 비노조원에서 노조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조측에 협의를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노초측은 이번 희망퇴직을 두고 “인건비 절감으로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쥐어짜기 경영 방식”이라며 “지금 구조조정 대상인 15년 차 이상 임직원들이 오비맥주를 키운 주역”이라고 억울함을 표출했다.

앞서 OB맥주는 지난 2016년 4월과 11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전체 1800여명 직원의 8%가량인 15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그 이후 1년 2개월만에 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것.

이번에 실시되는 희망퇴직을 두고 논란이 되는 점은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사측은 “인력 순환 차원에 의한 희망퇴직”이라고 여러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고연봉자들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OB맥주는 2014년 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2016년까지 영업이익은 3200억~3800억 규모다. 평균 24%에 해당하는 이 수치는 식료품 제조업 영업이익률 평균 4.2%보다 6배나 높은 수준이다. 매출의 경우 2014년 매출 1조5300억원에서 2015년 1조4908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 1조5453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사측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주주들에게 고배당금 지급을 위한 준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베브 인수 첫해인 2014년 오비맥주는 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반면 다음해 당기순이익 2536억원보다 1164억원 많은 3700억원을 배당해 논란이 됐다. 이에 사측은 당시 2년치 이익을 한꺼번에 배당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2016년 희망퇴직을 이유로 130여명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높은 배당으로 인한 금전적 구멍을 희망퇴직으로 막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지난해 인베브는 주주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희망퇴직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지급되지 않은 배당금은 올해 한꺼번에 지급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관측도 나온다.

한편 OB맥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의 희망퇴직 실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번 희망퇴직은 일자리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이나 조직슬림화가 아니다"라며 "신임 사장과는 무관한 순수한 조직의 인력순환 조치일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진행상황에 대한 질문에 "올해는 임단협이 진행되는 해라 회사에서 올해의 안건으로 '희망퇴직'을 제안했던 것"이며 "노조측에서 거절해 현재로서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실시 여부는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언제 실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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