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가상화폐 간접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권한을 위탁 운용사가 갖고 있어 펀드 운용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종목 선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국민연금이 위탁 펀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4곳에 약 26억원을 투자했다고 25일 밝혔다. 간접투자금액은 펀드 약정총액에서 국민연금의 출자비율을 계산해 추정한 수치다.

국민연금이 간접투자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두나무(업비트) △코인플러그(코인플러그) △코빗(코빗)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등 4곳이다. 구체적으로 두나무 12억3900만원, 코인플러그 3억5400만원, 코빗 6억3000만원, 비티씨코리아닷컴에 3억 9000만원이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한때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정부부처 수장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까지 언급하며 가상화폐 투기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보낸 바 있다. 이후 정부 규제안은 거래소 폐지보다 실명거래제 등 도입으로 현실가능한 규제를 하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투기를 잡기 위한 범 정부부처의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잇따른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으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접투자라 하더라도 공적기금이 사실상 대형 투기판인 거래소에 흘러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의 가상화폐 간접투자를 지적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자는 “국민들에게는 (투자)하지 말라는 명목으로 세금 뜯을 생각만 하고 있는데 국민 세금으로 투기 자제를 요구하는 곳에 투자를 하나”며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수익 창출의 기대가 있으니 투자한 것이 아니냐. 국민들도 수익창출 기대감으로 투자하는데 왜 내로남불적 태도로 일관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쳐)
(사진=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 의사결정에 권한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VC는 다수의 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펀드에 참여하는 ‘간접투자(위탁투자)’ 형태”라며 “위탁운용사가 투자의사 결정, 회수 등에 대한 배타적 권한을 보유한다. 재무적 투자자가 자산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운용사가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를 이어가면 국민연금의 가상화폐 간접투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편, 국민연금은 정부가 ‘가상통화 특별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28일에도 국내 VC가 조성한 벤처펀드 중 가장 큰 규모인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18’에 최대 출자자로 등장한 바 있다. 조성된 투자조합 규모만 3200억원에 달하고 운용기간도 8년이다. 이 펀드 기금이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운용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어 ‘가상화폐 테마주’로 분류된다. 실제로 이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자율공시를 통해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 및 K-ICT 10대 전략산업분야의 중소·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로 가상화폐 거래가 줄어들고 있어 투자금액 손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 의원은 “향후 규제 여부나 정책 방향 등에 따라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와 적절한 방식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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