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자도 누군가의 아들딸…언제쯤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나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정부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 전체 기관의 80%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비리 의혹이 짙은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될 예정이며 수사 의뢰 대상만 390여명에 이른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속 인사를 주무르는 진짜 ‘신’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실제로 밝혀진 것. 자신들의 능력(?)을 사사로운 곳에 악용해 사회적 적폐의 한 축을 만들고 있던 ‘신’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물론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강원랜드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신입사원 채용 부정 청탁이 조사결과 밝혀졌고,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비롯 공공기관장 4명이 채용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다.

사례를 살펴보던 ‘반칙 백과사전’을 써도 될 정도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계획된 채용 규정과 달리 후보자들의 추천배수를 바꿔서 특정인을 채용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서류 전형에서 합격 배수를 조정해 특정인을 통과시킨 뒤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점수를 몰아줘서 합격시키는 행태를 벌였다. 그 외 한식진흥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공공기관 33곳도 수사의뢰 대상이다.

또 하나의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은행 채용 특혜 의혹’ 여파로 시중 은행들은 채용시스템에 대한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모두 다 짜 맞춘 듯 단 한건도 금감원에 보고된 바가 없었다.

지난 주말 금감원 조사로 은행권의 꼴이 더 우스워졌다. 검찰 수사 중인 우리은행 외에도 11개 국내은행에서 총 22건의 채용비리가 벌어진 정황이 밝혀진 것. 금감원은 관련 내용을 수사의뢰한 상황이다.

아빠가 자녀 면접에 입김을 넣어 고득점으로 합격시키고, 필기와 면접이 최하위권이었던 사람을 없던 공고도 만들어 취업시키는 이러한 행태는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취준생들에게 엄청난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다. 이 또한 취준생 뿐이겠는가. 그런 상황에 놓이지 못한 취준생의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 체감실업률은 22.7%로 지금의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수저를 물고 나온 어떤 사람들에 의해 내 자리가 뺏긴 건 아닐까 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어루만질 수 있을까.

물론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조사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함’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려면 말로만 ‘엄정대응’이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직도 청춘들은 희망을 갖는다. 서로를 응원하며 자기 길을 묵묵히 걷는 청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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