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추행을 폭로하는 내용의 시를 발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시는 유명 원로 시인을 연상하는 표현이 다수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괴물>은 여성 후배나 유부녀인 출판사 편집자의 몸을 만지는 등 추행하는 인물로 ‘En 선생’을 표현했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시에서는 En 선생에 대해 ‘100권의 시집을 펴낸’, ‘노털상 후보(노벨상 후보로 추정)’ 등으로 표현해 사실상 유명 원로 시인을 특정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 성추행 사건을 거론하며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반문하며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고 말했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페미니즘 특집과 관련된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아 고민하다가 ‘내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괴물> 창작 배경을 밝혔다.

그는 “누구를 특정해 쓰긴 했지만 현실과는 별개”라면서도 “그는 한 두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 내가 목격했고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은 “30년 전 술자리에서 후배 문인을 격려하고자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사진=문단 내 성폭력 아카이브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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