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르포] '청소년'과 '클럽'의 기묘한 동거...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르포] '청소년'과 '클럽'의 기묘한 동거...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02.08 11: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문 연 청소년 전용 클럽, 궁금했던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

날라리들의 놀이터 될까, 건전한 스트레스 해방구 될까

[뉴스포스트=김나영 기자] 불금이었던 2일 저녁 6시. 홍대 상가 앞에 남학생 83명이 일렬로 늘어섰다. 대부분이 교복이나 후드 티, 패딩 차림이었다. 책가방도 보였다. 몇몇은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롱 코트를 차려 입었지만 얼굴은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은 추위를 견디기가 곤혹스러운지 줄 맨 앞이 줄어드는 것을 힐끔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때 줄 끝에 화장이 짙은 여학생 둘이 섰다. 한명은 몸에 달라붙는 가죽바지를 입었고, 다른 한명은 짧은 치마에 맨다리를 드러냈다. 칼바람에 잔뜩 구겨진 얼굴들이 두 여학생에 쏠렸다. 둘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다가 이내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근처 남학생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1월 말 문을 연 청소년 전용 클럽 앞 모습이다. 이곳은 05년생부터 99년생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홍대 청소년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홍대 청소년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담배 똑띠 내라”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패딩을 입은 덩치 큰 경호원이 입구에 서서 학생들이 담배를 내라고 엄포를 놨다. “아, 담배 없어요” 남학생이 말대꾸하자 경호원이 눈을 흘기며 학생의 주머니를 만져봤다. 실랑이를 뒤로 하고 지하 1층 클럽에 들어서면 앳된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어둠을 가르는 혼란한 조명, 바로 옆 사람 귀에 대고 소리쳐도 “뭐라고?” 되묻게 만드는 커다란 음악 소리. “아예아예” 하는 외침에 단상에 올라가 봉을 잡고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는 모양새까지. 성인 클럽이라 해도 손색없는 분위기였다.

클럽 운영진은 “술·담배를 금지한다”고 말했지만, 클럽 분위기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이따금 교복이 눈에 띌 때나 잠깐 저들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교복 차림에도 여학생들은 하나같이 진한 화장을 고수했다. 교복과 화장, 그리고 클럽.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 홍대 모처에서 분명히 공존하고 있었다.

청소년 클럽 내부는 청소년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90평 규모의 클럽 내부엔 가만히 서 있어도 어깨가 치일만큼 학생들로 가득 찼다. 클럽을 관리하는 윤여신 이사는 운영시간인 5시부터 10시까지 “(주말 기준) 하루 평균 500명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이 모(17) 군은 “클럽은 어른이 되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자친구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30분이 지난 줄 알았는데 2시간이 지났다”며 “평소 즐겨듣던 EDM이 질릴 정도로 귀가 아팠지만 재미는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놀러온 오 모(18)군도 “맨날 PC방에 가다가 심심하기도 하고 뭐 새로운 것 없나 하다가 청소년 클럽이 생겼다고 해서 와 봤다”며 “직접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조 모(19)군은 “청소년이 민증을 사고 팔아 성인 클럽에 몰래 들어가는 것보다 낫지 않냐”고 되물었다.

핸드폰 화면을 네온사인으로 활용해 이름과 학교를 보여주며 단상에서 춤을 추는 여학생도 있었다. 속칭 MD였다. 클럽을 홍보하고 SNS나 개인적 연락을 통해 손님들이 클럽에 방문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클럽 내부를 안내한 팀장은 "MD는 몇시간이나 일하냐, 시급이 얼마냐"는 질문에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손님을 얼마나 데리고 오느냐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는 MD를 뽑는 방식에 대해 "페이스북 등에 구인 공고를 올려 사람을 구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클럽의 MD로는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도 일하고 있다.

 

청소년 클럽 내부 (사진=김나영 기자)
청소년 클럽 내부 (사진=김나영 기자)
청소년 클럽 내부 (사진=김나영 기자)
청소년 클럽 내부 (사진=김나영 기자)

자라나는 청소년에 클럽이 웬말이냐

청소년 클럽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클럽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볶음밥 집을 운영하는 김 모(39) 씨는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클럽에서 나눠주는 휴지, 음료수 병 등이 버려져 주변 업소들이 공통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클럽에 들어가려는 대기 손님들이 주변 업소 입구를 가로막기도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클럽에 몇 번 이의제기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거나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근방을 지나가다 클럽에 입장하려고 고등학생들이 줄을 선 진풍경을 본 박 모(26) 씨는 "학생들이 줄을 서 있길래 뭔가 했다"며 "교복을 입고 클럽에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클럽을 찾은 청소년 사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클럽에 처음 와봤다”는 김 모(17)군은 “클럽 근처에서 담배 피는 고등학생들이 많았고, 클럽 안에서 염색하고 문신한 사람도 많이 봤다”며 “날라리들의 놀이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 클럽을 폐지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청소년 클럽에서 아이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스킨십을 하고 야한 행동을 한다”며 “아무리 술을 없애고 콜라를 판다 해도 클럽은 청소년들에게는 부적절한 장소”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클럽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좋은 문화가 아니다”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무섭다”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청소년이 봐도 부적절하다”며 “2차로 룸카페까지 간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소년 클럽에 우려 섞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클럽의 일거수일투족은 누리집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콜라 한 병을 삼천 원, 냅킨 한 박스를 만 원에 판매하는 클럽 가격표가 누리집에 올라오자 "돈 벌려고 별짓을 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클럽 내부에서 남녀가 키스하는 사진이 찍혀 SNS에 번지면서 청소년 클럽에 대한 비판은 정점을 찍었다. 클럽 측이 입구에서 청소년들에게 압수한 담배를 모아 소각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자 "그걸 왜 뺏느냐"부터 "그걸 왜 태우냐"까지 항의가 빗발쳤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청소년은 성인과 다른 존재인가요?

청소년 클럽을 기획, 운영하는 김경호(38) 대표는 외부의 비판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청소년 클럽 아래층의 성인 클럽을 포함해 이태원 클럽 메이드 등 7개의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청소년 클럽을 열게 됐느냐"는 질문에 "클럽 문화를 왜 성인만 즐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스무 살이 된다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클럽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이용할 수 있고 덜 먹었다고 이용할 수 없게 할 문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클럽에 미성년자가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은 운영 시간이 너무 늦고, 술·담배가 허용되기 때문"이라며 "술·담배 등 부적절한 행위를 규제해 운영한다면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성인 클럽을 기준으로 청소년 클럽을 비판하는 건 잘못됐다"고 선을 그었다.

'성인 클럽과 다르다기엔 청소년 클럽의 분위기나 구조가 성인 클럽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봤다"며 "어릴 때 엄마 립스틱 발라본 경험이 누구나 있듯이 청소년에게 성인을 따라하고 싶고, 성인이 되고 싶은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와 협업해 청소년을 위한 클럽을 만든 적이 있다"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은 이래야 해' 하는 고정관념에 따라 이쪽에는 전통놀이를, 저쪽에는 노래방 기기를, 다른 쪽에는 클럽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는데 한 달이 지나자 아무도 오지 않았고, 몇 달 만에 폐지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클럽이 문을 여는 동안 클럽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을 지켜보는데 청소년들은 단지 소리 지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냅킨을 던지며 스트레스를 풀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제가 보기에도 몇몇은 드레스코드에 문제가 있긴 한데 그 친구들이 그런 옷을 입은 목적이 남자를 꼬시려는 목적이 아니고 그저 자기표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 "돈을 벌 생각이었으면 청소년 클럽을 안 했다"며 "클럽이 음료수를 팔아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음료수 가격이나 테이블 가격이 다른 음식점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가는 VR룸, 룸카페 등과 비교해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클럽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면 기대할 수 있는 부가수익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지금의 청소년 클럽은 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놀 만한 문화공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 클럽이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클럽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nwhykim@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태원메이드 2018-06-16 00:33:25
이태원메이드클럽
http://www.madeclu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