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 직원 "집에서 다쳤다 거짓말 강요, 거부하면 실직" 폭로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의 고민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조선업계에 한파가 불어 닥쳐 실적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장 근로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로현장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산재처리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 방송으로까지 보도됐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강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노사 상생정신’이 희석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현대중공업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 (사진=뉴시스)

잇단 ‘산재사고’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다. 지난달 23일 현대중공업 사업장 2도크 동편 블록 연결 작업장(PE장)에서 산소절단기로 작업용 철판 피스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이 회사 건조 2부 소속 김모(57)씨의 몸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전신 75%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번 사고로 현대중공업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아, 지난달 26일 선박제조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인 24일에는 현대중공업 자회사 모스의 하청업체 소속 크레인 기사 곽모(63)씨가 크레인 상부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곽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미로 추정됐는데, 노조는 곽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고 최근 3개월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5시간 이상인 것을 감안해 과로와 추위에 의한 심장 이상이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재사고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발생했다. 8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9시50분께 울산 현대중공업 올드판넬공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철판에 깔리는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근로자는 반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은 있었고, 폐 부위에 응급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련의 사고들로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 2016년 ‘안전관리 종합 대책’을 마련하며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는 듯 했지만, 그 뒤로도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열악한 근로현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 관한 내용이 방송되기도 했다. 지난 6일 SBS 뉴스8은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들이 현장에서 다치고도 “집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강요받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을 다쳐 병원을 찾은 한 20대 하청업체 직원은 “소장님이 사고 난 거 모르게 따로 치료를 하게 한다”며 “다쳐도 구급차가 아닌 회사 차를 타고 지정병원으로 간다”고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하청업체 측은 직원들이 다칠 경우 치료비를 대신 내주겠다며, 대신 일터가 아닌 집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다음 계약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하청업체 직원들은 제대로 된 산재처리를 받기가 어렵다. 

하청업체에서 치료비를 대신 내준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근무 중 다쳐 3~4일 정도 쉬게 될 경우 하청업체에서 ‘출입증을 반납하라’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와 직결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치료는 고사하고 바로 다시 작업에 투입되는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안전과도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노사 상생한다더니…

한편, 강환구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안전한 일터 조성을 통해 '중대재해 없는 원년'을 달성하겠다"며 안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어 "임직원간의 신뢰와 협력 없이는 위기극복을 위한 어떠한 대책과 노력도 제대로 성과를 나타낼 수 없다”며 “노사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을 통해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노사관계 구축에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노사 상생을 위해선 현장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본사 직원을 비롯해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원청의 입장에서 두루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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