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특수 한반도 정세급변...北美 탐색전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변한 한반도 정세에 북한과 미국이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몰아치던 문재인 정부도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중앙)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좌측),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우측).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 양측은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 측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넌지시 열어두면서도 ‘최대 압박을 통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되, 제재 완화 등 유인책 대신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CBS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이라면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당근이 아니라 큰 채찍을 사용 중이다. 제재가 북한에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펜스 부통령은 사전 리셉션 ‘5분 참석’으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 없이 퇴장하거나 개막식 당일 남북 공동입장에서 기립하지 않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우선주의’ 세제개혁 행사에서도 “미국은 그들(북한)이 이 나라를 위협하는 것을 멈추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최대압박을 계속해서 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7일 논평을 통해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날(급해질)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평창 올림픽 기간 펜스 부통령의 행보를 두고도 “펜스는 남조선을 행각하기 전부터 북과 남이 힘을 합쳐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대해 심술을 부리면서 대사를 망가뜨릴 작정을 한 불한당”이라며 “특히 우리 고위급대표단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마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 문 대통령에 방북 요청을 전달한 만큼 남측과 대화 흐름은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중요한 것은 북남 사이의 접촉과 내왕(왕래),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여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대강으로 이어지는 북미 탐색전으로 문재인 정부는 ‘봄날 살얼음’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북미 당사자들의 대화 테이블을 마련,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

이미 북핵문제는 남북관계 범위를 벗어나 국제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적대국’으로 분류돼 지난해 북한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한미동맹이 강력한 만큼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은 필수로 병행돼야 한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중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면서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에 조기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남북관계과 북미관계는 분리가 불가능한 사안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국제사회가 아직 북한의 변화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역풍’을 맞을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북한 측에 북핵문제를 용인하는 듯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도 남북회담에 이은 북미대화에 과도한 기대감이 쏠리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지난 17일 선수 격려차 평창에 방문한 문 대통령은 한 외신기자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관련 질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언론 보도 등을 주시하며 북한 관련 오보에 즉각 성명을 내고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이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이 ‘남북한 당국자가 지난 연말 두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협의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즉각 “손톱만큼의 진실도 포함돼 있지 않다.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이 구차할 지경”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에서 “아사히신문은 우리에게 손님이고 손님에게 야박하게 굴지 않는 게 우리 전통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사히신문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하며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며 “봄날의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의 대통령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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