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트롤타워' 완성...옛 미전실 임원 전면 등장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삼성그룹의 전자, 비전자 계열사에 이어 금융 계열사까지 총괄 TF가 신설됐다. 미전실이 해체된 지 1년 만에 삼성그룹의 '미니 컨트롤타워' 체제가 완성된 것. 금융 계열사 TF장인 유호석 전무를 비롯 전자 계열사 정현호 사장, 비전자 제조 계열사 김명수 부사장까지 모두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출신이 중추적인 자리를 꾀찬 것으로 나타나 TF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TF 트로이카 체제 완성

삼성생명이 계열사 업무를 총괄하는 TF조직을 신설함에 따라 해체된 미전실을 대체할 3개 사업분야별 TF체제가 완성됐다.

20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실시한 임원인사에 따른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TF장에 미전실 출신 유호석 전무(55)를 비롯해 그룹에서 해체된 옛 미전실 출신 임원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전무에서 승진한 이승재 삼성생명 부사장과 장석훈 삼성화재 부사장, 상무에서 승진한 박종문 삼성생명 전무가 모두 미전실 금융일류화팀 출신이다. 전무로 승진한 최인철 삼성생명 상무와 남대희 삼성화재 상무도 미전실 커뮤니케이션 임원이었으며, 상무로 승진한 조태현 삼성생명 수석도 미전실 출신이다.

TF는 올해 시범운영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삼성과 한화, 현대차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으면서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 보유한 7개 그룹사에 대한 통합 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 방지 차원이다. 이에 따라 해당 그룹들은 앞으로 자본적정성부터 위험관리, 비금융계열사 출자에 대한 자본규제 등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건전성 규제를 받게 된다. 그룹 계열사 간 이뤄진 출자는 자본 적정성 평가에서 제외된다. 

 

기존 미전실과 차이점은?

삼성그룹은 현재 세 그룹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계열사(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삼성물산이 중심인 비전자 제조 계열사(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웰스토리), 삼성생명이 중심인 금융계열사(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전기, SDS 등 전자계열사 이어 지난달 삼성물산도 건설과 조선, 중공업 등 비 전자 제조 계열사의 전략 등 업무를 총괄할 부사장급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의 이름은 'EPC 경쟁력강화 TF'다. TF장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임명됐다. EPC는 삼성물과 중공업, 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과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전자 계열사 TF가 만들어진 이후 비전자 제조 계열사에 이어 금융계열사까지 업무를 조정할 3개 사업분야별 TF가 완성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전체를 총괄하던 '미전실'이 3개의 '미니 TF로 나뉜 것일 뿐, 사실상 미전실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 미전실이 가지고 있던 대관업무와 홍보, 총수일가의 자산 관리 등의 기능은 사라졌다.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닌 각 사업별로 신설된 TF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대신 TF는 계열사간 사업조율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과 인사 및 그룹 내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 TF의 인원수는 10명으로 수백명 규모였던 미전실과 비교하는건 무리'라며 "계열사 간 중복 업무 조정 및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는 협의체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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