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간호사 인권침해실태' 조사 결과

[뉴스포스트=김나영 기자] 최근 간호사들의 이른바 '태움'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간호사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 안에 동료 간호사나 의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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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와 지난 12월 28일부터 1월 23일까지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밝혔다. 대형병원 간호사 A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지 닷새 만이다. A씨 남자친구가 A씨의 자살 원인이 사수 간호사의 괴롭힘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간호사 선후배 간 ‘태움’ 문화가 문제로 떠올랐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을 혹독하게 가르치는 방식을 지칭한다.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근로기준법, 남녀고용차별, 일·가정 양립 등 노동관계법과 관련해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9.5%가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관련 내용 위반을 경험했다. 이 중 ‘근로자가 원하지 않은 근로 강요’와 ‘연장근로 강제’가 각각 2477건, 25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2037건),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제한한다’(1995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40.9%가 ‘네’라고 답했다. 가장 최근에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는 직속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신규 간호사가 일을 배우는 선배 간호사)가 30.2%로 가장 많았고, 동료 간호사가 27.1%, 간호부서장이 13.3%, 의사가 8.3%로 직장 내 괴롭힘의 대부분이 병원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괴롭힘의 구체적 사례로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하는 경우’가 1866건으로 가장 많았고, ‘본인에 대한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이 1399건, ‘일과 관련해 굴욕 또는 비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1324건으로 괴롭힘의 범주가 업무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비업무적 측면까지 미쳤다.

생리휴가, 육아시간, 육아휴직, 임산부에 대한 보호 등 모성보호와 관련해서도 인권침해를 당한 적 있는 응답자가 전체의 27.1%에 달했다. 이들은 '근로자의 청구에도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926건), '유급수유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750건), '육아휴직 신청 및 복귀 시 불이익을 받는 경우'(648건), '임산부의 동의 없이 연장 및 야간근로를 시키는 경우'(635건)을 경험했다. 

또한, 18.9%는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에서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59.1%가 환자, 21.9%가 의사, 5.9%가 환자의 보호자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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