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북한 고위급 폐막식 대표단 방남 통보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한다. 이에 지난 개막식 때 불발됐던 북미회담이 이번에는 성사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좌)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우) (사진=뉴시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좌)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우) (사진=뉴시스)

22일 통일부는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이러한 내용의 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냈다.

통일부에 따르면, 고위급대표단은 서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한다. 구체적인 체류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폐막식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도 미국 측 대표단장으로 참석한다.

앞서 개막식 때는 북한 측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북미회담 직전까지 갔다가 불발됐다.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올림픽 개막식 다음날인 10일 저녁 청와대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회담 2시간 전 일방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회담 불발은 평창에서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냉랭한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첫 번째 접촉이 있던 9일 사전 리셉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다른 정상들하고만 수인사한 후 5분 만에 떠나버렸다. 다음낼 개막식에는 ‘외교결례’를 무릅쓰고 남북공동입장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미 고위급 대화 불발 소식과 관련,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함구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같은 말로 답변을 피했다. 이 같은 반응은 그동안 북미대화 성사에 공을 들여왔던 청와대로서 당연한 것이다. 예민한 사안인 만큼 차후 북미회담 성사를 위해서도 개막식 당시 접촉 불발된 사건은 묻어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방카 고문이 이번에는 만나게 될까.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기회에 대표단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화해 등을 위한 여러 논의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북미회담 접촉도 극비리에 이뤄진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류의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편, 1946년생인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당 통일전선부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우리 정부의 독자 금융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또 천안함 피격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1990~1992년 열린 제1~8차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 실무자접촉 수석대표, 2006년 제3~7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대표, 2007년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북측 대표 등으로 참석해 남북대화 경험이 풍부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에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폐막식에 참석하고자 오는 것이라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는 대표단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며 “다만 미국 측과의 문제는 저희가 미국에 통보했고 미국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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