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비핵화 카드 제시, 北측 진지하게 경청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7일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화 로드맵’을 품에 안고 귀환했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답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답 할 때이다. 

문재인 대통령(좌)과 김영철 부위원장(우)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좌)과 김영철 부위원장(우) (사진=뉴시스)

27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2박 3일간 방남 일정을 마치고 북측으로 돌아갔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은 그동안 평창올림픽 기간에 왔던 북 고위급 대표의 방남과는 사뭇 달랐다. 가장 진전된 성과는 문 대통령이 북측이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대화를 꺼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비핵화 대화를 넘어 비핵화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까지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무엇인지는 ‘노코멘트’ 했지만, 북측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함께 배석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더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 정 실장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서울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남북관계 신뢰 형성에 집중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직접 통화하면서 미국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었으며 한반도 정세는 이러한 토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고 김영철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그러한 노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를 중재하는 ‘운전자’로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특히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처음으로 ‘조건없는 북미대화’를 테이블에 꺼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날 정 실장과의 만남에서는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재차 밝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그 말에 더 방점이 찍힌 얘기”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는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하며 향후 북미대화가 진전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 측은 ‘최대의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의지 표명과 관련,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권들이 모두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다른 대통령들이 이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했다.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체결된 다음 날부터 그들(북한)은 핵 연구를 시작했고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엄청난 규모, 아무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인명 피해 규모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그래서 그들이 대화를 원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대화를 원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 그것이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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