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창 구상' 北-美중재...미국 '비핵화' 고수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미국과 조건 없는 대화 테이블을 받아들였지만 미국이 ‘비핵화 없이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북미 중재에 나선 문재인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 성사를 위해 평창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정부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받아들인 것도 문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대화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의중을 파악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석해 문 대통령에 ‘김정은 친서’를 전달했다. 폐막식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방남해 문 대통령을 비롯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잇따라 회동을 가졌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직접 밝혔다. 다음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회동에서는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또 문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 부위언장은 이를 경청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아직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적절한 조건’은 비핵화라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28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트럼프 패당이 우리의 핵보유가 조선반도 적화통일용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우리의 핵무력은 미국의 핵위협과 모험적인 불장난을 제압하기위한 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북미의 ‘자존심 싸움’에 그동안 북미대화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인 문 대통령은 어렵게 얻은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일단 북미대화의 ‘골든타임’은 약 한달 남짓 남았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내달 18일 끝나게 되고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뤄진 한미합동군사훈련은 4월 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북미를 대화테이블로 끌어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가졌다.

이를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터뷰를 통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얘기를 하려고 한다. 조만간 성사되도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군사훈련 전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4월에 중요한 계기가 있으니 전이든 후든 뭔가 형성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리에게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외교 일정을 선후를 꼬집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계기를 잘 관리할 것이고 미국과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