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의도 정가에도 ‘미투(MeToo)’ 운동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며 권력의 심장부인 국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투운동에 초긴장상태에 빠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당장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돌연 취소했다. 이날 <프레시안>은 정 전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현직 기자 A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정 전 의원이 자신을 호텔로 불러내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즉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안병호 함평군수 역시 성폭행 논란이 불거졌다. 안 군수는 관련 의혹에 “음해성 보도”라며 “법적 대응은 물론 이러한 허위사실을 조작하여 저를 음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앞서 6일 <세계일보>는 안 군수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한 사람은 안 군수의 성추행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군수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국회 익명게시판 ‘미투’ 폭주

페이스북 국회 익명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도 새로운 폭로가 심상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한 제보자는 “미투운동이 시작하고 제 마음을 내보이기까지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며 “보좌관이라는 사람은 보좌진들이 보고있지 않은 틈을 타 시시때때로 저를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곤 했다. 다른 보좌진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알고도 모르는 척 생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혹시나 하고 그 보좌관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뇌물수수를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으나 무슨 빽이 있어서인지 특별사면을 받고 또 다시 20대 국회의원 보좌관을 했다”면서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지만, 이제는 먼저 용기내어 주는 그대들이 있어 작게나마 그 힘을 보탠다”고 적었다.

현직 의원에 대한 폭로도 나왔다. 지난 6일 또다른 제보자는 “제가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으시다던 의원님, 의원님은 따님분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며 “의원님의 더러운 성욕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딸에게 더러운 말을 하는 의원님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야만했고, 저는 부모님 가슴의 대못을 박은 죄인이 되었다”고 폭로했다.

이 제보자는 “얼마전 의원님께서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본 날 저는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걸 본 여러 의원님, 보좌진 분들이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기를, 그리고 성적으로 상처를 받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국회 직원들 사이에서는 미투 운동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별도 공채시스템 없이 의원이 보좌관과 비서, 인턴 등을 뽑을 수 있도록 인사권을 100% 쥐고 있기 때문.

실제로 또다른 국회 직원은 익명게시판에 “우리 의원님은 성추행하고 거리가 멀지만 최근 미투 운동으로 ‘주변에서 여직원 전부 자르고 남자들로만 고용하라고 한다’며 농담했다. 장난으로나마 미투가 ‘여직원해고’로 귀결되는 것을 보고 섬뜩해졌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이 ‘생계형 보좌진’으로 알려진 국회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드러내놓고 문제제기할 수 없는 위치다. 또 보좌진들은 노동법 등에도 적용되지 않아 완벽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 국회 직원은 “현 제도로는 멀쩡히 일하다 다음날 해고되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는 곳이 국회”라며 “누구나 국회 보좌진 채용에 응시하여 국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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