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8일 오전 미국으로 떠났다. 이들의 손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히든카드’가 있어 그 내용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8일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놓고 많은 의견이 오고가지만 지엽적인 카드보다는 포괄적 형태로 비핵화 의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특사단이 지난 6일 발표한 6개 보도문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당시 정 실장은 “다 발표할 수 없지만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적으로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별도 메시지’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담은 더 구체적인 워딩이 포함됐다.

현재 북한의 ‘별도 메시지’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대북특사단 5인과 이들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 단 6명이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의 ‘히든카드’가 과연 무엇일지 각종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세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또는 영변 핵시설 가동 중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김정은 위원장의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미국 특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히든카드=CVID?

확실한 것은 북한 측이 제시하는 ‘히든카드’가 미국과 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움직일 만큼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 측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큰 카드’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홍 북한연구실장은 세간에 제시되는 △ICBM 중단, △영변 핵시설 중지,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세 가지 카드는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위 카드는 북미간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논의될 수 있는 세부적인 카드라는 것. 결국 북핵문제는 근본적으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풀어야 하는데 ‘중재자’격인 한국이 지엽적인 카드를 갖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실장은 “미국인 억류자 석방은 미국이 절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이것은 ‘서브카드’이고 비핵화 카드는 아니다”며 “만약 미 억류자 석방 카드가 쓰인다면 다른 ‘큰 카드’가 있고, 미국에서 대북특사를 보낼 경우 함께 송환하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ICBM 중단, 영변 핵시설 중지 카드도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 실장은 “ICBM은 북한이 완성도 있게 쏠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더욱이 미국은 이미 동해상과 주일미군 등지에 북한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갖고 있다”며 “미국 측이 ICBM 개발중단을 큰 카드로 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폐쇄의 경우 지나치게 세부적인 카드라는 지적이다. 홍 실장은 “결국 (북한은) 포괄적 형태로 처음에는 ‘핵 동결 의사’를 밝힌 뒤 미국의 보상, 즉 북 적대정책 철회나 체제 유지 보장 등을 요구하고 다음 단계로 비핵화 단계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검증단계까지 필요한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과 핵무기비확산조약(MPT) 복귀 등까지 진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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