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만나자”…KT 인사팀 간부, 직위 이용해 여직원 ‘성희롱’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황창규 KT 회장은 사내 양성평등 문화를 강조하며 여직원의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KT를 대단히 여성 친화적인 기업으로 포장해 왔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성희롱 논란이 불거져 나온 것. 이번에는 KT 간부가 과거 인재채용 담당 지위를 이용해 여직원들은 물론 취업상담을 하던 여대생들에게까지 성희롱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일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있어온 것으로 전해졌는데, KT는 오히려 이 간부를 지난해 말 상무보로 승진시킨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최근 <비즈한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OOO 사태에 즈음한 소회(cc인재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KT 인재실이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조직이었지만, B씨가 오랜 기간 인재실에 근무하면서 본인에게 주어진 직위를 악용해 KT 인재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왔다”며 글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KT 간부 B씨는 인재채용팀장 시절 캠퍼스 리크루팅을 다니면서 여대생을 상대로 취업상담을 핑계로 따로 1대1 만남을 강요했다. 또 인재경영팀장 시절에는 젊은 여직원에게 고충상담을 명목으로 역시 1대1 만남을 강요하거나 노래방에 가기도 했고, 술에 취한 여직원에게 “쉬었다 가자”며 강요했다. 강요에 못이겨 B씨와 한두번 만나 준 여직원이 만남을 거부하자 집 앞까지 쫓아가서 내려오라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또한 ‘와이프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할 테니 본인과 계속 만나자’라는 식으로 여러 여직원들에게 추근대기도 했다.   

A씨는 “KT 직원들은 보수적이며 심지어 블라인드에 댓글을 올리면 본인의 신원이 드러난다고 믿는 직원이 많은 것을 고려할 때, B씨의 만행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본인의 책임을 망각하고 여대생과 여직원을 자신의 술자리 파트너로 지급한 B씨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음이 명백하고, 수백명의 지사·지점 및 관계사 직원의 수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해당 직원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재실은 지난해 말 상무보 승진과정에서 B씨의 과고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금이라도 B씨가 지사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단케 해야 한다. B씨의 성희롱 행테는 이미 전직원이 인지하고 있으며 그간 행태로 미뤄보아 지사장의 직위를 이용한 추가적인 성희롱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뒤 B씨의 행태에 대해 성토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리기도 했다.

한 익명의 글쓴이는 “나 같은 안면없는 직원도 알 정도면 상당히 많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 사람인데 인재실에서 과연 몰랐을까”라며 “KT 미투는 이 사람부터 시작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터질줄 알았다. 진짜 수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왜 안 터지나 했다”며 “대학교가서 여자 대졸 취업 지원생들 연락처 따고, 취업상담 핑계로 만나자 하고, 취업설명회 온 여자 행사도우미들 회식 핑계로 노래방 데리고 가서 터치하는 등 손버릇 안 좋은 걸로 유명하다. 예쁜 여자 신입사원들에게 선배랍시고 연락하고 밥 먹자 하고 너무 많아서 세지도 못할 정도”라는 댓글도 있었다.

B씨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고, 올해 1월 지방 지사장으로 발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같은 내용의 글이 블라인드에 게재되자 그 지방의 고객본부로 파견됐고, 지난 6일 기타보직으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고, 현재까지는 회사에 이같은 내용의 성희롱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의 보직변경과 관련해서는 “인사 관련 내용은 대외비 부분으로 외부에 알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희롱 논란과 관련 KT는 그동안 쌓아 올린 기업 이미지의 실추를 우려 하고 있다. 지난해 황창규 회장과 KT는 양성평등 문화를 강조하며 친여성 기업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 '남여고용 우수기업'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양성평등 문화 이면에 억눌려있던 사내 성추행 문제가 비로소 터져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편, KT 내부에서 성희롱 논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3월에도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C씨는 당시 KT경기지원부장 D씨가 몸을 비비는 제스처를 취하며 “와 봐봐라. 성추행한다. 성추행”이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며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후 C씨는 KT내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에 성추행 신고를 했지만, 위원회는 가해자 D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추행 성립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C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고용부는 KT에 시정조치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KT는 성희롱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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