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3일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방일한 서훈 국정원장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과 같은 ‘높은 의자’를 내줬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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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은 일명 ‘의자 외교’로 상대국 인사나 방문 사안에 따라 아베 총리보다 높거나 낮은 의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지난해 12월1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 첫 방일 당시에도 아베 총리는 금박 장식의 화려한 의자에 앉았지만, 강 장관은 분홍색 낮은 의자에 앉았다. 같은달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방일했을 당시에도 아베 총리는 낮은 의자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방일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맞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19일 방일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맞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날 서 국정원장이 앉은 의자는 아베 총리의 것과 같은 의자였다. 그만큼 일본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 당초 면담은 15분 정도로 예정됐지만 만남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1시간 가까이 이뤄지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서 국정원장과의 면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국면에서 변화를 가져온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벌기 용으로 이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소 외교’를 경계해야 한다며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을 재촉하며 ‘대북강경론’을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한미훈련은 주권의 문제이자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고 이례적으로 양 정상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같은달 14일에도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로는 의미가 없다”면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인 핵 포기를 약속하고 구체적 행동을 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아베 총리는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일본도 (높이) 평가한다”고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현재의 상황변화는 그동안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하게 공조해온 결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태세전환’은 일본 내 제기되는 ‘일본 패싱’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월 내로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약 30억원에 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비용을 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0일 교도통신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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