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서울중앙지검은 일찍부터 취재진과 시민단체, 경찰 인력 등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중앙지검 근처에 투입된 경찰만 8개 중대 600여명에 달했다. 사저에는 4개 중대 400여명이 배치됐다.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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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이 전 대통령의 출석이 임박하자 시민들의 입에서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나쁜짓 안한게 뭐예요?’, ‘정경유착 국정농단 이명박 즉각구속’, ‘범죄왕 이명박 즉각구속’ 등의 팻말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이명박구속촛불시민행동은 중앙지검 동문 앞에 모여 ‘꽃길 걸어 감옥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꽃모양 종이를 바닥에 붙여 길을 만들었다. 시민단체 회원 A씨(42)는 “아침 7시 30분부터 모여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광화문 촛불집회 때도 참여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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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은 ‘이명박 구속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MB 구속 퍼포먼스’도 열렸다. 한 노동당 인사는 파란색 수의를 입고 이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채 포승줄에 묶였다. 그의 옆에는 ‘구속’이라고 적힌 망치 모양의 팻말이 놓였다.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금속노조 등 진보단체도 중앙지검 동문 한 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윤택근(53) 부위원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이 전 대통령은 국민 68%가 구속 촉구하는 신세가 됐다”면서 “정경유착 뇌물백화점의 주범이 정치보복을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이 사법부 정의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정문을 통해 검찰 안으로 들어가 시민단체 등이 마련해놓은 ‘꽃길’은 밟지 못했다. 검찰 정문 앞에서도 시민단체들은 ‘4대강도 다스다’, ‘전직대통령 옥살이 나라망신’, ‘국민을 믿고 이명박 구속수사’라고 적힌 팻말을 펼쳐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손피켓. (사진=김혜선 기자)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손피켓. (사진=김혜선 기자)

반면 자유한국당 소속 이재오 전 의원 등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20여명도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구속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시민단체 인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였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직후 한 지지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하던 한 진보단체와 가벼운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반대 시위 벌이는 이재오 전 의원과 지켜보는 권성동 의원(좌). (사진=김혜선 기자)
이 전 대통령 구속 반대 시위 벌이는 이재오 전 의원과 지켜보는 권성동 의원(좌). (사진=김혜선 기자)

이 전 의원은 ‘정치보복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 가장 앞에 섰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정치보복 중단하라”, “표적수사 중단하라”, “문재인 탄핵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이 전 의원 뒤편에는 권성동 한국당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 뒷짐을 지고 시위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자가 권 의원에 ‘검찰 앞에 온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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