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개헌을 국회가 주도하고 싶다면 말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헌안 발의를 강하게 압박하며 한 ‘작심발언’이다.
국회 개헌안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드라이브’에 국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이르면 내일(16일) 개헌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임박한 시점에서 ‘개헌 당론도 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회 개헌안 논의는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개헌특위)라는 테이블이 있다. 하지만 개헌특위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이후 2기 개헌특위 지금까지 80여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단 한건의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도 답보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여야 위원들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와 총리 임명 방식 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결국 국회의 개헌 관련 논의는 개헌특위를 놔두고 각 당 지도부의 ‘담판 협상’ 식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부터 개헌 협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임박한 만큼 교섭단체인 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2 개헌 협의체’를 가동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각 당 원내대표에가 국회운영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개헌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한국GM사태와 관련해 3월 국정조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GM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개헌안과 관련된 협의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와 한국GM측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우선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맞섰다.
15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관제개헌이라며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협상 과정에서 조건을 붙이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여당이 ‘법안도 논의하지 말자, 한국지엠 국정조사도 하지 말자’고 하면서 개헌안만 하자는 것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의장이 주재하고 5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의원으로 구성되는 10인 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개헌의 방향과 시기를 포함한 로드맵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문 대통령에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해달라”면서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국회 개헌 논의를 촉진시키고자 하는 대통령 뜻이 충분히 전달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