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일부 기업이 관료나 해당 기업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인물을 이사·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놔 비판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과거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의 횡령사건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놔 지탄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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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로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제2차관을 의안에 올렸다. 김 후보는 에너지자원개발본부장 및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달까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근무, 현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김정관 후보에 대해 ‘반대’를 피력했다.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소는 “김 후보가 속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태원 회장의 횡령혐의 관련 항소심의 변호를 맡았다”며 “또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SK그룹의 대리인으로 선임됐고, 최태원 회장의 청문회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법은 해당 상장회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이나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인물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무법인 태평양의 법률자문이 중요한 거래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거래관계가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 거래가 있는 법무법인의 피용자는 사외이사로서 부적합 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김정환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관 후보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 2개월 가량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있었고, 이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뒤 올해 3월부터 다시 고문으로 재직중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을 적용하더라도 2년 이내 임·직원이었던 인물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외이사직에는 문제가 없다”며 “회사 내에서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을 감독‧견제하는 역학을 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때문에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주주와 회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회사로부터 독립적인(이해관계가 없는)자’가 주로 선임된다. 

그러나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나온다. 여전히 재계에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 또는 기업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독립성은 고사하고 기업 내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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