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0일 청와대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담겼다.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됐고 생명권과 안전권,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군인 인권 보장 조항 등이 신설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오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국민 주권 강화 관련 부분에 대해서 발표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수석은 “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면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국민과 약속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가장 첫 번째로 들어가는 ‘전문’에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이뤄진 역사적 사건이 추가된다. 기존에 없던 부마 민주항쟁(1979년)과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년), 6·10 민주항쟁(1987년)이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다.

 

국민권리는 늘리고 국가의무는 강화

이번 개헌안은 기본권이 대폭 확대됐다.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에서 보편성을 띠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이 새롭게 보장된다.

기본권 주체가 ‘사람’으로 확대된 것은 외국인 200만명 시대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한 것이다. 조 수석은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산권, 교육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사회권은 국가의 재정을 투입해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권 중 생명권과 안전권도 신설돼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도 더욱 공고히 했다. 조 수석은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노력 의무를 보호의무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정보기본권도 신설됐다. 정보의 독점으로 인한 격차와 폐혜 등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새롭게 생겼고 국민의 알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도 명시됐다.

노동3권도 강화됐다. 먼저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고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칙을 지키도록 국가에 의무를 지웠다. 노조 결성 등 노동자의 단체행동권도 명확히 했고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공무원의 노동3권도 보장된다.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것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3권이 제한된다.

성별·장애 등 이유로 인찬 차별도 국가가 나서서 개선해야하는 의무를 지웠다. 또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외에도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 및 국민의 건강권 등이 신설됐다. 유신헌법에서 신설된 군인의 국가 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은 삭제됐다.

 

권력은 국민에게로…국민발안제·국회의원소환제 신설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는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대폭 강화됐다.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소환제를 신설해 입법 권력을 국민에게로 나눈다.

조 수석은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이번 개정안이 처음”이라며 “직접민주제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발안 요건이나 국회의원소환 방법 등 구체적인 조건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회의원 직을 국민이 직접 박탈하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것은 국회의원 스스로가 '이런 정도라면 따를 수 있다', '수용할 수 있겠다'는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판단”이라며 “국민발안 역시 입법부인 국회가 가진 법률안 발의권을 국민에게 드리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 국민이 모여서 요구할 때 발의요건을 갖추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기존 헌법에서 규정한 검사의 기소독점권 조항은 삭제된다. 다만 이 조항이 삭제돼도 형사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어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조 수석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개헌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기본권 및 국민주권 강화와 관련된 조항들은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분 동의한 바가 있는 조항들이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