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식 검찰 수사팀이 출범한 이후 23일 밤 구속까지 세 번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두 달 새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에서 “이 모든 것은 내 탓”으로 바뀌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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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입장문은 ‘MB집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된 날인 1월17일에 나왔다.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게 주요내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책으로 대한민국의 건강이 흔들리는데 참담함을 느낀다”며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보수를 괴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는 것이 저의 오늘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을 걸고 넘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노’했다고 알려졌다. 다음날인 1월18일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하는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표현까지 쓰며 강력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 입장문을 발표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분노’를 말한 것은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입장문은 이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지난 14일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입장문에는 ‘정치보복’ 등 직접적인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퇴임 후 구속된 사례를 빗대 자신의 검찰 수사도 ‘정치보복’의 일환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이 낭독하지 않은 입장문 내용 중에는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내용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마지막 입장문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22일 저녁 11시 16분 경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밝혀 지난 1월 ‘정치공작’, ‘정치보복’ 등 표현과는 사뭇 다른 논조를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거나 현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를 부인한 것.

또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고 말한 부분은 자신이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신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에게 “이제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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