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이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고 다급한 전언을 전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은 태평히 “그래요?”라고 말한 뒤 침실로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

10시 22분, 박 전 대통령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전화를 걸어 원론적인 내용의 구조 지시를 내렸고 8분 뒤 전 해양경찰청장에 전화를 걸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후 세월호가 완전히 바닷속에 잠기던 그 순간에도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나오지 않았다. 10시41분, 간호장교가 관저로 배달한 의료용 가글만 부글거렸을 뿐.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다시 드러나는 시각은 최순실이 청와대에 방문한 2시 15분부터다.

무엇이 평일의, 그것도 근무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까지 박 전 대통령을 ‘침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을까? 아늑하고 따뜻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2013년 3월 취임 전후로 구입한 수백만원대의 ‘명품 침대’가 세 개나 있었다. 669만7천원의 수입 브랜드 침대 하나, 475만원짜리 에이스 침대 하나, 80만8천원인 까사미아 침대 하나. 이 중 하나는 박 전 대통령의 것일진대, 나머지 2개 침대의 주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침대사랑’은 구치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유엔 인원위원회 보고서 안에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자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치소는 접이식 침대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건강악화를 호소하며 침대를 넣어달라고 구치소 측에 요청했다고도 알려졌다. 물론 구치소는 ‘특혜’라고 거절했다.

문득 부질없는 아쉬움이 스친다. 침실 안에 있던 그가 청와대 본관 집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면, 단 한명의 아이라도 더 돌아올 수 있었을까. 접이식 침대의 불편함 때문에 구치소 밖으로 나가고자 애쓰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때 침실에 명품 침대 대신에 접이식 침대가 있었다면 ‘컨트롤 타워’는 제대로 작동했을까. 지금도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며 골방에 틀어박힌 그의 방문을 두들기고 싶다. 응답하라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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