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11년 만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남북은 어제(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2000년, 2007년 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에는 평양이 아닌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열려 그 역사적 의미가 상당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9일 고위급 회동에서 결정된 것은 장소와 날짜일 뿐이고 다음달 4일 실무회담에서는 의전과 경호, 보도 및 취재 지원 등 사안을 정하기로 했다.

3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고위급 회담에서 의제가 결정되지 않은 이유로 북한의 특수한 정치문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정 없이 의제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남측 의제에 대해 북쪽에서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 측에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 등 세 가지 정상회담 의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의제는 지도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성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의제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북한의 태도 등을 미루어 볼 때 4·27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는 사실상 ‘비핵화’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해결할 일이라며 남측을 배제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28일 극비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을 갖고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한다면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논의에 ‘한국’을 언급한 것.

남은 것은 비핵화 논의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논의될 것 인지다. 전문가들은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원칙적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은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으로 중국이 사상 최대의 대북압박 제재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비핵화 논의에 변수가 많다. 아직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조치’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소식에 자신의 트위터에 “북·중 정상회담이 매우 잘 됐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유감스럽게도 제재와 압박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도 이번이 최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할지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서 판문점으로 연결된 유일한 길목인 ‘72시간다리’를 지나 판문각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회담장소인 평화의집까지 예상경로는 여러 가지가 제기되는데, 판문각 앞에서 하차해 MDL을 걸어 내려오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다. 29일 고위급 회담 당시에도 우리 측 대표단은 이렇게 북측 판문각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차량을 이용해 회담장인 평화의집에 바로 당도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평화의집 앞에서 남북 정상이 첫 대면을 한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함께 올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북중정상회담에서 리설주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다만 판문점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데다가 따로 시간을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리설주 동반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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