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매장 철수하며 직원 사직 종용까지 불거져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롯데제과의 제빵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설이 터졌다. 롯데제과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빵사업 부문의 실적은 추락하고 있는데다 지점을 철수하며 직원들의 사직을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제빵사들에 대한 임금꺾기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제빵 사업부문을 둘러싼 이 같은 잡음은 취임 4개월을 맞은 민명기 대표이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뉴스포스트 DB)
(사진=뉴스포스트 DB)

롯데제과, 제빵 사업 포기수순?

지난 4일 뉴시스는 대한제분이 최근 롯데제과 측에 롯데브랑제리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이후 인수 여부를 검토한 결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설의 주인공인 대한제분은 CJ제일제당에 이어 국내 제분업계 2위 기업으로 지난 2012년 호텔신라의 제빵사업인 아티제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포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익성이나 매각 대금 등이 맞지 않고, 사업성 또한 낮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더욱이 제빵사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한을 받고 있으며 제도 또한 강화되는 분위기다.

2000년 롯데제과 자회사로 설립된 브랑제리는 롯데백화점‧마트 등에 ‘보네스뻬’, ‘브랑제리’, ‘라브랑제리‘ 등의 브랜드로 140여개의 점포를 운영했다. 또한 편의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등에 다양한 빵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2014년 롯데제과가 유사업종인 제빵사업을 흡수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로 흡수합병했다.

이번 매각설과 관련해서 롯데제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관련 부서에서 답변을 해주지 않아 확인이 힘들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빵 사업이 롯데제과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라며 “메이저 제빵전문점은 포화상태인데다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니 인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기로운 출발, 그러나 현실은…

이번 롯데브랑제리 매각설은 대한제분의 포기로 엎어졌지만 롯데제과가 제빵사업을 매각할 뜻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이 된 셈이다.

앞서 롯데제과는 2009년 기린식품을 900여억원에 인수하며 제빵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롯데제과는 커져가는 영업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기린식품을 흡수‧합병했다. 이어 1년 후인 2014년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브랑제리 지분 100%를 인수‧합병해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브랑제리를 품은 이후 2016년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던 베이커리브랜드 ‘빠뮤’에 대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2017년에는 롯데마트 서초점에 ‘고객과 소통하는 빵 연구소’라는 콘셉트의 ‘베이크 랩’을 오픈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제빵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롯데의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롯데제과의 제빵 사업은 동종 업계에서 맥을 못추는 형국이다.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주르에 밀려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 ‘보네스뻬’ 가맹점 폐점률은 2016년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6년 말 기준 보네스뻬의 가맹점은 연초 35개에서 27개로 줄어 연초 대비 폐점률이 전년 17.1%(41개에서 35개)에서 5.8%포인트 상승한 22.9%로 나타났다.

가맹점 평균 매출도 전년 대비 6.4% 감소한 2883억5600만 원이다. 본사 수익성 또한 실적이 저조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1조 7660억원이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4.6%, 16.9% 감소한 1017억800만원, 305억9400만원으로 조사됐다.

 

베이커리 매장 철수하며 직원 사직 종용까지?

롯데제과의 제빵사업은 실패로 귀결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롯데제과는 ‘브랜드 개편 작업’을 이유로 매출이 좋지 않은 매장들의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등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하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기존 매장 철수가 이루어지는 이 상황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 롯데제과는 지난해 서울시 금천구 빅마켓에서 ‘프리미엄 베이커리’ 매장을 철수시켰다. 이어 올해 초 수원 영통과 일산 킨텍스 빅마켓 매장도 영업을 종료했으며 다음달 8일에는 영등포 빅마켓 매장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된 제빵사들과 매장 직원들에 대한 사직 종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제과가 매출이 떨어지는 매장부터 철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먼 곳으로 발령을 보내 출퇴근이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사실상 사측이 직원들에 대해 사직을 유도하는 셈이다. 또한 제빵사들을 상대로 출퇴근 시간을 조작해 임금을 적게 지불하는 ‘임금꺾기’와 추가근무 수당 미지급 논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본사에서 확인해본 바 이런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임금꺾기와 추가근무수당 미지급 행위는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무기계약직 사직 종용에 대해서도 “사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 매장 철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멀리 보내서 사직을 종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가급적 인근 지역에 배치하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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