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익명게시판 “야당 김 의원님, 품격있게 싸웁시다” 비난 글 쇄도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에 ‘여비서 동행 출장’이 부각되자 국회 여비서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외유 의혹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여비서’와 ‘인턴 고속승진’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앞서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을 지내면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우리은행, 한국거래소(KRX) 등의 지원으로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이 ‘여성 인턴과 동행했다’는 내용을 함께 지적한 것. 업무상 출장이라면 해당 업무를 맡는 비서나 보좌진이 가야 할 것이지 인턴이 동행한 것은 부적절 하다는 게 자유한국당 등 야당 측의 주장이다. 이 직원은 지난 국회 의원실 인턴 생활을 약 6개월 한 뒤 9급으로 승진했고, 그 이듬해 7급으로 다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국회 직원들은 이 같은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회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끄러운 지적’이라는 것. 10일 국회 익명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이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자신을 국회 ‘여비서’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정말 속상하다. 수행한 보좌진이 남자였어도 이런식으로 의혹 제기하고, ‘여비서’ 신상 터는 기사가 나오나”며 “꼭 ‘여비서와 둘이’, ‘출장 다녀와서 고속 승진’ 이런 프레임 만드셔야했나”고 토로했다.

이 작성자는 “인턴은 정책하면 안되고, 여성 보좌진은 남성 의원 수행하면 안되나”며 “매번 ‘여비서’라는 명칭으로 이상한 사람들의 야릇한 상상에 동원되는 직업군이 되는것 같아 불쾌했다”고 지적했다.

성별을 밝히지 않은 또다른 국회 직원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일반직도 아니고 별정직에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그런 위치에 있는데 왜 계속 일반직이랑 비교를 하느냐”고 말했다. 당시 국회 직원 직책은 8급 자체가 없어 9급에서 7급 승진은 당연한 일이라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이 작성자는 “언제 어느 직급으로 갈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인데 그게 왜 문제로 대두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회 익명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 캡처

또다른 작성자는 비서나 보좌진이 아닌 인턴이 출장에 동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같은 처지끼리 이러지 맙시다. 야당에 김 의원님, 특히 물고 늘어지시는데 그 의원실은 인턴에 잡일만 시키나”며 “국회 300개 의원실 중 대부분은 인턴에게 정책업무도, 법안발의를 시킨다. 심지어는 지역민원까지 떠안기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의원실에서 직책 구분 없이 업무를 맡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이 작성자는 ‘고속승진’에 대해서도 “국회 안 보좌진에게 내부승진 시키는 의원실은 통상 좋은 의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공석이 생겼을때 내부 인력의 능력을 인정해서 승진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공석은 생겼는데 인턴 피는 몇년동안 빨아먹고 외부에서 의원 지인들 데려다가 꽂는 의원실도 허다하다. 이게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모두가 알고 이 안에서는 일반적인 일들이 된 사안, 심지어는 본인들도 똑같은 처지인 사안을 두고 너는 어떻게 이럴수 있니? 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좀 부끄럽지 않나”며 “의원님들, 우리 품격 있게 싸웁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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