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외유성 출장 논란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범여권’에 속하는 정의당까지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청와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해외 출장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의뢰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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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 사항을 보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한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질의 내역은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네 가지다.

이뿐 아니라 청와대는 19대~20대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 해외출장 사례를 따지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김 원장의 해외출장이 일반 국회의원과 비교해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피감기관 16곳을 무작위로 뽑아 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 167건을 공개했다. 해외출장은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

김 대변인은 “김 원장과 흡사한 방식의 (의원 개별) 해외출장이 보훈처 4번, 한국가스공사ㆍ동북아역사재단ㆍ공항공사가 각각 2번 등으로 이 또한 적지 않았다”면서 “수천 곳에 이르는 피감기관 중 고작 16곳만 살펴본 경우인데, 전체 피감기관을 들여다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강경대응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식 구하기에 이성을 상실한 정권의 국회 사찰 선언 및 헌정 유린 획책 시도”라며 “회를 향해 선전포고하는 청와대나, 청와대 하명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김기식 물타기'에만 혈안이 돼 사찰독재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역시 “교만과 독주가 도를 넘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관위 질의서 송부는) 몰라서 질의한 것이라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서 했다면 선관위 답변서를 면죄부로 앞세워 여론을 뭉개버리겠다는 술수”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김기식 원장을 해임하라는 요구는 상식 중의 상식으로 적폐청산을 외치는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 기본에서 너무나 벗아났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우병우 수석을 감싸기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범여권’인 민주평화당 역시 청와대 발표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끝까지 가겠다는 것인가. 선관위에 물어서 적법하다는 해석이 나오면 김기식을 지키는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인가”라며 “국민 절반 이상이 김기식 원장의 사퇴를 지지하고 있고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기식 원장 사퇴가 해결되지 않고는 4월 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무리하게 김기식 원장을 지키려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청와대 발표에 별다른 논평을 내지는 않았지만 12일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일명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오른 것. 과거 문재인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후보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의당의 판단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 적이 많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금융 적폐 청산을 위한 김 원장의 개인적 능력이나 지난 행보가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과거의 관행이었다는 핑계로 칼자루를 쥘 만한 자격이 부족한 것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선관위 판결에서 김 원장의 위법행위가 하나라도 판명되면 해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행에 비추어 봤을 때 김 원장의 도덕성이 평균 이하여도 사임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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