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조직적인 댓글조작 활동을 벌인 김모(48)씨(필명 드루킹)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던 그가 돌연 ‘문재인 저격수’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것은 지난달 21일. 김씨와 일당 2명은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변기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1월17일 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합의 관련 기사에 정부 비판성 댓글 2개에 수백여차례 ‘공감’ 버튼을 누른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614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특정 댓글의 추천 수를 집중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여론조작을 한 것.

김씨의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씨의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사진=뉴시스)

드루킹 정체는 ‘유사종교’?

김씨는 지난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뽀띠’라는 필명으로 경제관련 글을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드루킹’으로 필명을 바꾸고 정치 관련 블로그를 개설해 2009년과 2010년 연속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

현재 김씨의 블로그는 모두 폐쇄된 상태지만 다른 커뮤니티 등에 퍼진 그의 글은 ‘문재인 집권은 시대정신이다’, ‘탄핵을 늦추면 박근혜는 도망간다’ 등 친여권 성향의 글이 가득하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에 ‘MB 아바타’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도 김씨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최근까지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하고싶은 거 다 해’ 등 시사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했다.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탄 김씨는 오프라인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지난 2014년에는 소액주주 운동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를 설립했고 지난 1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경공모는 현재 회원수 2500여명이 넘는다.

여권 성향이 강한 그가 현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 조작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16일 경공모 한 회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대선 기간에 문재인 캠프에 지지선언을 했다. 이후 김씨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 보좌관에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지인에게 맡겨달라는 요구를 했다”면서 “김씨가 ‘(김 의원이)전화도 안 해준다’면서 불만 토로를 여러 차례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청탁이 관철되지 않자 앙심을 품고 돌변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설명은 김 의원 측 주장과 일부 일치한다. 앞서 김 의원은 자신이 ‘드루킹’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은 텔레그램 메신저로 많은 연락을 보냈지만, 저는 당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김씨가)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하더니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했다. 주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특정 인물을 임명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김씨가 보낸 메시지 대부분을 읽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 의원은 대부분 메시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또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만을 품은 그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한 내용의 글이 지난 1월부터 게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1월 게시글에 “재주는 곰이 피우고 생색은 문꿀(문재인 지지자)과 네이버 부사장출신 윤영찬이 내는 이 웃긴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라고 비꼬았다. 이 게시글은 현재 삭제돼있다. 지난 3월에는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니들을 멘붕하게 해줄 날이 ‘곧’ 올거다”고도 말했다.

한편, 또다른 경공모 회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송하비결, 자미두수, 티벳 사자의 서 등을 해설했다. 경공모 회원들에게는 ‘옴마니반메훔’이라는 말을 항상 읊게 했다”고 말했다. 이 회원은 “회원들에게 영향력 유지라든지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슈가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송하비결을 재해석하고 정치, 경제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영향력을 획득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씨 등 일당 2명은 민주당 당원에서 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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