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국민에게 신뢰받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올해를 조직 쇄신 원년으로 삼겠다던 한국가스공의 각오가 흔들리고 말았다. 지난 1월 사내 간부의 금전차용 요구 갑질에 이어 이번엔 상생해야할 중소기업에게까지 갑질 횡포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진=한국가스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한국가스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1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는 수억원대 제품개발비 지급을 약속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뚜렷한 이유 없이 다섯달째 계약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를 통해 중소기업 협력과제로 선정됐지만 사업부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16일 관련업체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압축천연가스(CNG)밸브‧탱크 제작업체인 태광후지킨과 협력사인 남경씨에스, 천연가스차량협회는 공동으로 가스공사 동반성장팀에서 공모한 중소기업협력과제로 ‘밀폐박스 없는 CNG 차량 시스템 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가스공사는 접수된 과제들에 대해 1차 서류심사, 2차 부서별 팀장급 심사위원 심사, 3차 본부장급 간부와 대학교수 심사위원 심사를 차례로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3일 공모를 신청한 30개 사업 가운데 최종 3개가 선정됐고, 이 중 태광후지킨 등에서 신청한 사업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후지킨 등은 1~3차 심사 과정에서 노후된 경유차량을 저공해차인 CNG 차량으로 개조하면 미세먼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부품 이상시 처치가 간편해지고, 밀폐박스 제작비 감소로 차량 개조비도 종전보다 60만원 가량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업체들은 향후 가스공사에서 지원비를 받으면 기술개발비를 충당해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스공사 동반성장팀과의 본 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사업부서인 LNG직공급부에서 이견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은 개발이 완료되도 교통안전공단의 개조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제품 하자가 드러나면 제품개발비를 전액 반납하겠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태광후지킨 등은 가스공사 측에 계약체결 지연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미 1~3차 심사를 거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 이견을 이유로 계약체결을 지연시키는 것은 중소기업에 대해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가스공사 감사실은 “회의 진행 시 일부 태도가 민원인에게 갑질로 느낄 수 있는 언행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해당 직원의 주장은 담당자로써 마땅히 제기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라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차 심사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직원이 문제 요소로 지적한 점이 파악되지 못했다는 점, 또한 해당 업체의 사업 계약을 앞두고 벌어진 이견차에 5개월이나 계약을 지연시킨 점은 가스공사의 일처리 방식에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번 중소기업 갑질 논란과 관련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업체가 원하는 대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과제에 대해 수정과 보완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수차례 협의를 통해 시간이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는 ‘갑질’을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계약이 지연된 것은 과제 수행기관이 제출한 서류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며 “현재 과제수행기관이 최종본 시행계획서 제출을 준비 중이며, 최종본이 제출되면 즉시 검토 후 계약을 체결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가스공사 동반사업부에서는 매년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 함께 연구하고 개발비도 지원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갑질 오명’ 계속되나

가스공사는 앞서 ‘갑질’ 논란에 수차례 휩싸여왔다.

지난 1월에는 가스공사 간부가 부하직원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금전 차용등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A청경대장은 지난 2016년 6월 부하직원인 특수경비 용역 직원에게 업무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하기 싫으면 교체해줄게, 어디서 건방지게 굴고 있어”라는 언행으로 갑질을 일삼았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합숙소에 거주하는 부하직원에겐 휴대전화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금전 1500만원에 대한 차용을 요구했다. 실제 차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 1월 가스공사 기동감찰단이 A청경대장의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폭행 사실 관계 확인 대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됐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가스공사와 삼척 가스생산기지 인근 주민들의 보상 문제와 관련된 갈등이 막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주민들의 법률대리를 하고 있는 A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욕설에 가까운 막말이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가스공사 측 팀장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야, 이 XX야. 변호사라는 XX가”라며 거친 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변호사는 가스공사에 진상 조사와 사과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꽃길 걸을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조배숙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징계내역자료’에 따르면 2013년 23명, 2014년 15명, 2015년 16명이었던 징계 임직원의 수가 지난 해 81명으로 전년대비 5배 이상 폭증했다. 2017년 8월까지 징계받은 인원만 35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 사유는 직무관련 향응수수, 향응수수, 업무 소홀 및 부적정 등 유형별로 다양했다. 2016년에는 무려 22명이 직무관련 금품수수, 자녀 취업 부당청탁, 청렴 의무 위반으로 무더기로 징계됐다.

2017년도에는 향응 수수, 직무관련자로부터 향응 수수 등 소위 ‘접대’로 인한 징계만 벌써 7건에 이르러 공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경영을 하는 가스공사가 공공성 추구는커녕 자신의 영리만 취하는 범죄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일축했다. 

심지어 올 2월에는 가스공사 간부와 퇴직자 등 2명이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접대 비리 등의 갑질로 얼룩진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가스공사는 올해 1월 신임 사장의 취임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가스공사는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통해 무사안일주의 및 전례 답습 관행을 배격하고 조직문화 개선, 부패비리 척결, 윤리청렴 경영강화 등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에게 신뢰받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는 잇따른 ‘갑질’ 논란으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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