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문화커뮤니케이터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문화커뮤니케이터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전문성’과 ‘독창성’이라는 말은 서로 비슷한 개념일 수도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속담에 견줘보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전문성이라 할 수 있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것은 독창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 있다 해서 반드시 독창성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독창성이 있다고 해서 전문성이 갖춰진다고 할 수도 없다. 바람직한 것은 전문성과 독창성이 조화를 이뤄 함께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입체파 화가였던 피카소는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면 전통을 바탕으로 한 회화의 거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피카소는 전통 회화의 전문성을 기본으로 현대미술에서 진정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문화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정책이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결국 우선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여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성만 가지고 있고 독창성이 없다면 그것은 매너리즘의 틀에 안주해 있는 것이다.

또한 독창성은 있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그 또한 얼핏 보기에 참신성은 있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현실성이 있는 가운데 독특한 발상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실사구시적 창의성’이다.

로저 마틴은 “전문성은 독창성에 힘을 부여하는 조건이고, 독창성은 다시 전문성을 강화하는 조건이다. 이렇듯 전문성과 독창성은 상호의존적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전문성과 독창성이 조합된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립된 많은 시책이나 사업들이 검토단계에서 흐지부지되거나 밀어붙여 시행되었을 때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비효율성이나 소모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바로 실적 위주로 현실적 전문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독창적 착안’에 치중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도쿄돔 야구 관객석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비싼 좌석이 있다. 이전에는 안전망도 없이 필드에 맞닿아 있어 버려진 공간으로 파울볼이 날아오는 위험한 자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를 아는 전문가가 독창적 아이디어로 이 자리를 가장 인기가 높은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는 특등석인 ‘익사이트석’(excite seats)으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이 위험한 자리에 있는 관객에게 헬멧과 글러브를 착용하게 하고 타구 방향을 주시하도록 해 오히려 게임의 현장감과 경기를 하는 선수와 일체감을 갖도록 탈바꿈시킨 것이다.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는 독창성 있는 발상이 멋진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문가는 그 나름 기존의 틀에 갇혀버릴 수 있다. 반대로 비전문가는 비현실적 환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독창성이 조화를 이룬 관점(frame)을 통하여 정책이든 사업이든 커다란 기회를 얻어 아름다운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의적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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