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까지 집어삼킨 드루킹 논란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국회가 블랙홀에 빠졌다. 야당은 ‘국회 정상화’를 담보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경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여야가 대치 상태를 이어가는 동안 국회 내 미처리 의안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4일 현재 국회에 접수된 의안 중 미처리 건수는 9,357건이다. 매주 약 1백여건 이상의 법안이 발의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 대치 상태가 이어질 경우 국회 내 미처리 의안 건수는 1만여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밍’이 생명인 추가경정예산안도 무산될 위기다. 정부는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지난 6일 발의했지만 통과는커녕 예산안 심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이번 추경안은 청년일자리 대책 2조9000억원과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지엠(GM)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통영 등 지역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대책 1조원이 담겼다.

‘6월 개헌’도 물건너갔다.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지난 2014년 위헌 판결이 난 ‘국민투표법’이 23일까지 개정됐어야 했다. 현재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국회에 다수 발의돼있지만 여야 정쟁으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처리시한을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국회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국민들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저만의 약속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께 했던 약속이다.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날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특검법 수용이 국회 정상화의 시발점”이라며 “특검 수용으로 국회가 정상화되면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해오고 시급하다 했던 추경 논의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이라도 바로 민생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국회정상화를 여당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받아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정부를 위해서도 여당을 위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는 하루속히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이날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하라’는 논평을 내고 “특검, 국정조사만 수용하면 국회는 정상화된다. 김경수 의원도 특검을 자처했다. 청와대도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소속 당원의 일탈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어떤 조사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4월 ‘식물국회’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무산되면 6월 동시투표가 물 건너가고, 국민개헌이 좌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야당과 마지막 담판에 임했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제안까지 어렵게 수용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마저도 걷어차고 말았다”며 “다른 것을 다 떠나서 특검을 통한 사법권력을 동원해 대선불복 폭로전을 위해 국민의 참정권과 개헌을 시종일관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킨 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정권교체 후 지난 1년 간 7번의 국회 보이콧을 저지르며 지금까지 온 나라를 마비시켰고, 국회를 정쟁장으로 만들어왔다”며 “국민개헌의 골든타임인 4월 국회 시작부터 방송법을 핑계로 국회를 걷어차더니, 결국 파행의 목적은 개헌 밥상 걷어차기였다”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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