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한반도 비핵화 담판이 걸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선언이어서 미국이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천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8일 오후 2시(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핵협정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나는 오늘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동한 중단해온 이란 경제제재를 재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국은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재개할 것”이라며 “어떤 나라든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돕는다면 미국의 강한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어떤 식으로든 북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협정 탈퇴를 북한에 보내는 ‘시그널’로 설명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발표된 탈퇴의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을 위한 강력한 입지를 세우는 것이고, 이는 단순히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과의 다가오는 만남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명백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약속하면 지킨다”고 강조한 것도 북미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늘 조처는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지금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의 나의 임박한 만남을 준비하려고 북한으로 가고 있다. 계획이 수립중이고, 관계가 구축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미국과의 협상은 믿을 수 없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성공을 위한 매우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 JCPOA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매우 강경한 입장을 세워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놓은 것”이라며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관한 북한의 관점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정치 체계가 변덕스럽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대선으로) 4년 또는 8년만다 정책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이란핵협정 체결에 참여한 토비 블린켄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협정을 쓰레기 조각으로 매도함으로써,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 더 나은 거래를 해야만 하게 됐다”면서 “북한이 사실상 모든 핵시설을 해체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비관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