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서로 “고맙다”…6월12일 싱가포르서 만난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내달 12일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재차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은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등 북미간 훈풍이 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미 비핵화 관련 ‘큰 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확연히 달라진 두 정상의 언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꼬마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등 극단적인 말폭탄을 주고받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 사의를 표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1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새로운 대안’에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표현해 비핵화 방법론에 접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석방된 미국인 3명을 직접 맞이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을 석방한 김 위원장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무언가 하길 원하며, 그의 나라를 ‘진짜 세상(real world)’으로 데리고 나오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아주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유세 참석차 떠나기 전에도 재차 “(북미정상회담이) 큰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면서도 “양측 모두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담판 ‘디테일 악마’ 넘어설까

미국과 북한의 목표는 명백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바란다.

표면적으로는 북미간 비핵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미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를, 미국은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지원이라는 원칙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표현한 ‘디테일의 악마’다. 비핵화 방법론에서 미국은 단기적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북한은 장기적인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미국은 최근 CVID 비핵화 방법론에서 ‘완전한’이라는 표현을 ‘영구적인’으로 바꾼 ‘PVID’로 언급해 비핵화 수위를 높인 바 있다. PVID는 기존 핵무기 폐기에서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아우르는 것이어서 비핵화 문턱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백악관은 10일 억류 미국인 석방 관련 보도자료에서 비핵화 방법론을 다시 CVID로 표현해 북한 압박 강도를 낮췄지만, 비핵화가 달성돼야 제재를 푼다는 기존 입장은 매우 공고히 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정과 더 나아가 북미 수교까지는 비핵화 목표가 달성된 이후 이뤄질 공산이 크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비핵화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미국이 보상으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가 이번 북미정상회담 협상의 관건이다.

한편,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두 지도자의 담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만남으로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냉전과 분단구조가 해체되기를 바란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길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며 “꼭 성공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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