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6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북한이 당일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 통보를 내리자 우리 정부는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미국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그래픽=김혜선 기자)

북한이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다. 북한은 이날 자정을 지난 시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알려왔다.

북한 관영언론인 조선중앙통신도 “남조선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썬더》련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있다”며 “력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을 벌려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나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맥스선더 훈련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돼 이제와서 북한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맥스선더 훈련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벽에 상황이 발생했고,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외교·국방 관련 부처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논의를 했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북측이 보낸 전통문하고 조선중앙통신에 나온 내용 이상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건 없다. 좀 더 상황을 종합적으로 좀 파악을 하고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도 전통문을 보낼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할 지는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맥스선더 외에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회고록 출간기념식을 가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겨냥해 ‘인간쓰레기’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있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고위급 인사로 지난 2016년 한국으로 귀순했다. 그는 북한의 실상을 폭로한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회고록을 출간하고 기념식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 태 전 공사는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CVID)를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SVID(충분한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며 “CVID를 하려면 사찰단의 무작위 접근이 허영돼야 하지만 북한은 이를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은 북한에게 체제 유지의 원천이자 ‘창과 방패’역할을 한다. 설령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행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쇼맨십’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23~25일 진행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외신을 초청한 것은 일종의 쇼맨십이다. 김 위원장은 사람의 시야에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데 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미국 측도 북한의 돌발행동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남북회담 중지를 발표하자 즉각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북미정상회담 일정은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입장 변화를) 통보받은 게 없다. 우리는 (북미정상)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서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과 미국 군대는 현재 ‘2018 독수리(FE) 훈련’과 ‘2018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연례순환 한미 춘계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런 방어훈련은 한미동맹의 정례적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군사 준비태세의 기초를 유지하기 위한 연례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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