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2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외신기자단이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출발해 북한 원산에 도착했다. 당초 북한이 밝힌 것과 달리 남한 측 취재진은 결국 이번 핵실험장 폐기 참관에서 배제됐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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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위해 방북을 준비하던 한국 기자단 명단 접수를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오전 9시경 판문점 개시통화에서 남한 측 기자단 명부를 북한에 통지하려고 했지만 북측은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지난 18일부터 통일부가 북측에 남한 취재진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은 것.

이에 남한 취재진 8명은 전날 베이징으로 이동, 남북간 협의를 기다렸다. 하지만 북측에서 끝내 비자를 내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남측을 제외하고 초청받은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고려항공 전세기인 JS622편을 타고 원산에 도착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사를 밝히며 오는 23~25일 이를 외신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이 초청한 외신 기자단은 한국·중국·미국·러시아·영국 등 5개국으로, 15일에는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 기자를 4명씩 초청한다고 통지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6일 북한은 돌연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남측 기자단 명부를 받지 않았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을 초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 조치가 없어 기자단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장관은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 초기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냉각된 남북관계와는 별개로 외신기자들의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허용한 것은 ‘비핵화 판’을 깨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미국을 긴장시키게 하는 소재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에 불리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며 “북한 매체에서 연일 판문점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는 것을 볼 때 남북관계의 판을 깨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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