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수트입고 법정출석…“비통한 심정”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3일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소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검은색 수트에 타이를 매지 않고 나온 이 전 대통령은 약 11분간 법정 발언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공소사실 등에 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진술을 거부하라고도, 기소 후엔 재판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검찰에 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며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사기록 검토한 변호인들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다”고 측근 진술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 이야기도 꺼냈다. 이 전 대통령은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학교에 가지 못하던 시대에 어머니는 저에게 늘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잘 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 도와야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상을 하시며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하이서울 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런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혐의도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했다. 성장 과정에서 소유 및 경영과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나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으로부터 소송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사면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세번째로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이건희 회장 사면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정치적인 위험이 있었다. 국익을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진술이 배치되는 부분에 대해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건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다.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아 달라고 (변호인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 신빙성을 반박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내역을 요청했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삼성 소송비 내답 혐의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삼성 관계자가 청와대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지만, 나는 보호하고 싶은 애정을 갖고 있다”며 “김 전 기획관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데리고 와 나를 만나게 하겠다고 한 건, 김 전 기획관이 아무리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본관서 만난 기업인들이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 급격하게 나빠져 있는 상태라면 언제부터 진행된 건지 확인해야 진술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실조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진술 당시와 치료 상황이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진료기록 조회를 특정 시기로 제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신빙성 다투고 싶은 부분이 김 전 기획관 석방 전의 진술이니 그 전까지 건강상태만 보면 되겠다. 석방 이후는 진료과목 등을 삭제해 드리겠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은 오후 8시께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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