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손학규 카드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바른미래당 6·13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로 당초 경선 1위를 차지했던 박종진 후보가 최종 공천됐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공천갈등이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마무리된 것.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5일 손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송파을 선거에 나설 뜻을 밝혔으나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저의 생각을 접는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잠시나마 염려를 끼쳐드린 유승민 대표와 박종진 후보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송파을 선거 승리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무쪼록 당이 하나로 합쳐져서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에 승리하여 지방선거 후 다가올 정치개혁에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정당으로 중심에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공천을 두고 극심히 대립해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저조한 지지율을 이유로 ‘손학규 전략공천’ 카드를 야심차게 꺼내들었지만, 당내 경선을 1위로 통과한 박종진 예비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유승민계의 반대에 부딪친 것.

박 후보 역시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1위가 공천을 못받는 진귀한 기록이 기네스북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공관위가 결정한 당내 경선을 실시해서 그 결과대로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라며 “대한민국의 공당이라면 이런 절차적 민주주의를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이다. 제가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경선은 무의미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당초 ‘불출마’ 의사를 밝혀왔던 손 위원장이 24일 돌연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오전 0시부로는 무소속 출마 시한이 지나 박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불가능한 입장이었다. 이에 박 후보는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와 인터뷰에서 “제가 전략 공천으로 희생을 당하는, 경선 희생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분이나 원칙도 없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과는 박 후보의 KO승. 손 위원장이 또다시 하루만에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내 공천갈등은 일단락됐다. 손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저께 불출마 한다고 이야기했다가 어제 출마한다고 했다가, 오늘 또 불출마라니 웃기다. 그만큼 제 고민이 깊었다”고 설명했다.

손 위원장에 따르면, 그의 출마선언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주선 공동대표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 박주선 대표가 ‘꼭 나가달라, 송파을 재선거를 그냥 이렇게 둬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되지 않는다, 손 후보가 나서서 서울시장 선거와 양대축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손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후보는 “안 후보가 뒤에서 용단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안 후보께 감사드린다. 보답하기 위해 안 후보 당선을 위해 제 한 몸 최선을 다해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손학규 카드’가 상처만 남기고 무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송파을 공천 내홍은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바른정당 출신과 국민의당 출신들의 ‘화학적 결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통합의 주역이었던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후보가 ‘공개설전’까지 벌이며 반목한 것은 당내 인사들의 “통합을 괜히 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통합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심었다.

한편, 바른정당은 ‘지각 공천’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선거구도에서 지역 표밭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게 됐다. 이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는 각각 ‘문재인의 복심’, ‘홍준표 키즈’를 표방하며 일찌감치 홍보전을 펼쳐 왔다.

유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 “공천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제는 선거운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수도권이나 대전, 충북과 영남, 또 필요하면 광주전남 등에 시간을 상당히 나눠서 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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