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북한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부 서열 1~3위를 전면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군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을 떨어트린 데 이어 ‘군부 힘빼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광철 리영길 김수길. (사진=노동신문)
왼쪽부터 노광철 리영길 김수길. (사진=노동신문)

 

군 총정치국장 자리는 이미 지난달 2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김정각에서 김수길 평양시 당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각 전 총정치국장은 지난 2월 전임인 황병서에 이어 총정치국장에 임명됐지만 4개월 만에 교체됐다. 군 총정치국은 북한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검열·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군인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책임진 군 핵심 기관이다.

군 서열 2, 3위에 해당하는 인민무력상과 총참모장은 각 후방지원과 전투작전을 담당하는 기관의 장이다. 지난 3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상은 박영식에서 노광철 인민무력성 제1부상으로,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은 리명수에서 리영길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으로 바뀌었다.

전격 경질된 박영식·리명수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리명수는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도중 조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돼 ‘숙청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얘기할 때 조는 것을 불경죄로 간주한다.

통일부는 북한 군 수뇌부 교체설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군 수뇌부 3인방이)모두 교체됐다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일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교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김수길 총정치국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이번에 교체됐다고 알려진 군 수뇌부 3인방은 모두 60대로, 전임자보다 연령이 낮아졌다. 특히 리영길 신임 총참모장은 올해 63세로, 리명수 전 총참모장보다 21살이나 젊다. 김수길 신임 총정치국장은 68세, 노광철 신임 인민무력상은 62세다. 이들은 모두 ‘온건파’로 분류돼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군부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월에도 국무위원회 인사를 통해 군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을 떨궈 ‘군부 힘빼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초 군 총정치국장은 북한 최고통치기관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겸임해왔지만, 당시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는 당시 신임 군 총정치국장이었던 김정각을 ‘부위원장’이 아닌 ‘위원’에 보선해 평의원으로 뒀다.

전문가들은 집권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여온 ‘군부 길들이기’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과거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때에도 북한 내 ‘매파’ 역할을 담당해 온 곳이 바로 군부다. 이에 ‘비핵화 판’을 꾸리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불거질 수 있는 군부의 불만을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고 적대국인 남한이나 미국과 접촉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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