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과 미국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막판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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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초안 조율을 위해 나선 것은 성 김 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 대사와 최 부상이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11시)부터 실무협상에 돌입한다고 AP통신을 통해 밝혔다.

두 사람은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판문점에서 6차례에 걸쳐 만났다. 이번 실무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직전에 두고 갖는 마지막 회동으로, 북미회담 성패를 가르는 합의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합의문 초안에는 비핵화 문구와 대북 체제안전보장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모두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해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베리 굿(Very good)”이라고 답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 소식을 사전에 전하는 등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미래 일정’을 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를 방문하시기 위해 10일 오전 중국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며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와 도널드 트럼프 미 합중국 대통령 사이의 역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이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뉴시스)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뉴시스)

통상 북한 매체는 최고지도자의 안전 등을 이유로 일정을 사전에 보도하지 않는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회담 일정을 사전에 공개했지만, 공개 시점은 회담 당일 오전이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하루 전에, 더구나 해외 체류 일정을 공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회담 의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전했다. 중앙통신은 “조미 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수전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분 좋은 회의(happy meeting)에만 기반해선 성공을 선언할 수 없다”면서 ‘장기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핵문제에 대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매우 복잡한 이슈들”이라고 설명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0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못한 채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면서 회담장을 나오게 될까봐 무섭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 평화적인 공존같은 근사한 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평화적 공존이란 두 개의 핵무기 보유국가로서의 공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끝내고 나오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북한의 덫 중 하나에 걸려든 것일 수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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